북녘과 쿠바

외신이 전한 카스트로 반대 시위는 충격이다. 카스트로가 1959년 쿠바 공산화 혁명으로 집권한 46년 이래 반체제 대중시위가 지난 20일 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수도 아바나에서 반체제 인사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가진 카스트로 비판은 민주화·경제개혁·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는 성명이 채택됐다.

카스트로는 집권 초·중반과는 달리 강성 사회주의 국가이긴 해도 상당히 느슨하게 가고 있다. 쿠바 국민들은 정치적 자유만 속박당할 뿐 생활이 자유롭고 경제적 궁핍도 상당히 면했다. 외국인 대상의 관광업 진흥으로 외국인 출입도 자유롭다.

남쪽 비료를 얻어가기 위해 지난 22일 울산항에 입항한 북쪽 선박 백두산호 선체엔 빨간 글씨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늘 함께 계신다’라고 씌어 있다. 남쪽에서 주기로 한 비료 20만t을 육로로 수송해주고 있지만 북쪽은 한시가 급하다. 모내기가 한창인 논에 적기 시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로 수송을 다 기다리기엔 시일이 걸려 8만t은 자기네들이 여섯차례에 나눠 배로 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백두산호 선원은 비료 인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배에서 내려올 뿐 대부분의 선원들은 하선이 허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한다. 당장 식량난이 더욱 극심해진 북쪽은 올 농사에 한톨의 곡식이라도 소출을 더 내야할 판이다. 저 사람들에게 비료는 곧 식량과 같다.

지구촌에 남은 강성 사회주의 국가는 북쪽과 쿠바 두 나라 뿐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말이 사회주의 지 사실상 자본주의로 간 지가 오래다. 쿠바는 그래도 국제사회에 구걸을 요청할 정도로 심한 식량난 같은 건 없다. 그런데도 반체제 대중집회가 열렸다.

북쪽은 연일 탈북 사태가 날만큼 식량난이 갈수록 심하다. 이런데도 여전히 수령론이 지배되고 있다. 지구촌에 남은 단 두 나라의 강성 사회주의 국가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쿠바의 반체제 운동의 추이가 앞으로 주목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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