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 진돗개

▲진돗개와 진도개, 어느 쪽이 맞나? 표준어 표기법에 따르면 ‘진돗개’가 맞다. 그런데 진도에서는 진돗개를 ‘진도개’로 쓰기를 고집한다. 뭍의 진돗개들과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진도에 진돗개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에도 진돗개 대신 진도개라는 명칭이 채택됐다. 이 법에선 ‘진도의 진돗개를 진도개라고 칭한다’고 돼 있다.

▲순종 진돗개는 돈 주고도 못 산다? 힘들지만 살 수는 있다. 진도군은 매년 3개월 미만의 순종 진돗개 3천700마리를 팔기 때문이다. 이 강아지들은 부모가 천연기념물인 순종이다. 문제는 혈통이 모든 걸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강아지들이 자라서 좋은 진돗개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게다가 이 강아지들은 진도를 떠나는 즉시 천연기념물의 자격을 박탈당한다.

▲진돗개는 외래종이다? 진돗개의 유래에 대해선 설이 많다. 그 중 남송 상인들이 전파했단 설과, 조선시대 몽골에서 들여왔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검사 결과 진돗개는 동아시아견들과 비슷한 형질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북방에서 왔다는 주장이 힘을 잃은 것이다. 요즘은 한반도 토착견으로 보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진돗개는 회귀본능이 강하다? 7개월 만에 주인을 찾아온 진돗개가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이런 회귀본능은 진도의 애견문화와 관련이 깊다. 진도에선 개를 묶어 기르지 않는다. 또 집 잃은 개가 있어도 함부로 취하지 않는다. 게다가 섬이라는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달리 갈 곳도 없다. 수세기에 걸쳐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덕분에 진돗개는 강한 회귀본능을 갖게 됐단다.

지난 5월10일 영국 런던 피카딜리가에 있는 케널 클럽(Kennel Club) 본부에서 30명의 대의원이 열띤 논의 끝에 진돗개를 독립품종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단체인 케널 클럽에 독립품종으로 등록되는 것은 세계적 ‘명품견’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낯선 이의 손길을 싫어하는 진돗개는 용맹·기민하며 충성심이 뛰어나다. 특유의 강인함과 영민함으로 오랫동안 ‘국민견’으로 사랑받아 온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가 이제 콜리(영국)·셰퍼드(독일)·푸들(프랑스) 같은 세계적인 명견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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