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진짜 ‘애견 선진국’은 영국이다. 워낙 온 국민이 개를 사랑하는 데다 섬이라는 특수성까지 겹쳐 ‘개들의 천국’이 됐다. 외래종의 유입이 힘든 섬에는 순종견들이 많게 마련이다. 이런 영국에선 1년에 ‘도그 쇼’가 무려 3천여 회나 열린다. 런던 피카딜리가에 있는 ‘케널 클럽(Kennel Club)’은 이렇게 유별난 영국인들의 개 사랑 전통의 최정점에 서 있는 단체다. 케널 클럽이 생긴 것은 1873년이다. 영국 여왕의 후원까지 받는 이 클럽은 영국 내 모든 견종의 혈통 등록을 주관한다. 매년 3월 세계 최대 규모의 ‘크러프츠 도그 쇼’를 열기도 한다.
케널 클럽의 독립품종 등록 심사는 매우 엄격하다. 품종의 역사와 사육 두수 및 환경은 물론 유전 질환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이 클럽이 인정하는 독립품종은 모두 196종 뿐이다. 2002년부터 삼성에버랜드와 진도군청이 힘을 합해 이 까다로운 심사에 도전, 올해 5월10일 등록증을 거머쥐었다. 케널 클럽 심사위원들은 진도를 직접 방문, 진돗개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였다. 진돗개는 우선 섬인 진도에서만 철저히 격리돼 온 데다 정부까지 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해온 덕분에 종 보존이 완벽하다. 크기도 보통 정원이 딸린 서양 주택에서 기르기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다. 게다가 영리해 배변 훈련이 쉬운 데다 서구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충성심도 아주 뛰어나다.
진돗개를 독립품종으로 인정한 케널 클럽의 심사 결과는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뒷받침하는 보증수표가 됐다. 실제로 케널 클럽은 영국에서 유통되는 진돗개들에 보증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진도군이 발급한 혈통보증서만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케널 클럽의 보증서도 함께 따라다니게 되는 것이다. 듬직한 ‘족보’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진돗개는 케널 클럽으로부터 공인을 받았기 때문에 내년부터 크러프츠 쇼의 경쟁 부문에도 참가할 수 있다. 관람객만 무려 10만여 명이 몰려드는 크러프츠 쇼의 경쟁 부문은 ‘개들의 올림픽’이다. 여기서 뽑히는 ‘올해의 개’는 전 세계 주요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다. 진돗개가 금메달을 딸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돗개가 세계 명견의 반열에 올라 우리나라는 이제 ‘보신탕國’ 오해를 씻고 명실상부한 ‘애견문화국’이 됐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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