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린우리당은 너무 무력하다. 이달 들어 여당이 발의한 법안 건수는 불과 15건이다. 한나라당(40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 초 한 달에 평균 40건 이상씩 법안을 내며 정책경쟁에서 야당을 앞질렀던 것과는 너무 달라졌다. 작년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은 ’정책정당’을 내세우며 법안발의 건수 등에서 줄곧 한나라당을 앞서 왔다. 작년 6월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발의된 법안 909건 중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은 465건으로 한나라당(333건)에 비해 130건 이상 앞섰다. 민노·민주당 등 다른 야당은 111건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재·보선이 시작된 4월 중에는 발의 건수가 53건으로 한나라당(65건)에 역전당했다. 물론 발의한 법안 건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당이 맥 놓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단순 발의 건수 뿐 아니다. 질적인 면에서도 한나라당에 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나라당이 낸,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포기를 금지하는 국적법개정안(홍준표 의원)과 성범죄자 전자팔찌 착용 의무화 방안(박근혜 대표) 등은 상당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6·25 참전 소년병과 국군포로, 독도수비대원, 고엽제 피해자 등에 대한 정책대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렇다 할 정책 제안 하나 내놓지 못했다.
자칭 타칭 ‘23대0’ 후유증이다. 국회의원과 시장·군수, 시·도의원 등 정당 공천이 이뤄진 23군데 선거에서 모조리 졌으니 참담한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재·보선 전패 이후 싸움에 지고도 진 줄 모르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고작 한다는 소리가 투표율이 저조해서 졌단다.
당의 위기탈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꾸려진 혁신위원회가 지난달 17일 광주에서 열렸지만 현역의원 12명 중 7명만 참석했다. 여당 의원 상당 수가 외유중이거나 지역구에 매달려 있다. 의원들이 없어 북핵과 경제 등 현안에 대한 대책회의 소집도 쉽지 않다고 할 지경이다. ‘열린우리당’이라고 당명을 지었을 때 ‘열우당(劣愚黨)’ 또는 열우당(劣憂黨)으로 부르겠다고 야당에서 말도 많았었는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안된다. 잘났건 못났건 여당은 여당다워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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