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을 ‘고난의 행군’이라고 인민들에게 학습시킨다. 이를테면 ‘고난의 행군’은 인민교과서다. 지금 북에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식량난과 관련된 첫 번째 ‘고난의 행군’은 1994년 대기근이 들었을 때 있었다. 약 150만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지도부는 날조된 김 주석의 초인적 고난의 항일투쟁을 빗대가며 인민들도 ‘고난의 행군’을 따라 배우자며 기아를 합리화했다.
평양 주재 세계식량계획(WFP)담당관이 전하는 북측 식량난이 꽤나 심각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대로 올 8월까지 가면 360만명이 기아에 직면한다며, 지금부터 연말까지 최소한 4만t의 국제사회 식량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이 갑자기 차관급회담을 열어 비료 20만t을 벼락같이 챙겨간 것을 보면 식량증산이 발등에 떨어진 불로 화급하긴 한 모양이다. ‘제2의 고난의 행군’ 채비에 따라 공무원인 사무직일꾼들까지 총동원되어 모내기 지원이 한창인 것으로 전한다. 아마 협동농장 사람들 만으로는 모내기를 적기에 다 마치기가 어려운 사정인 듯 싶다.
모내기를 해도 수확은 빨라도 9월말 가야 할 판이니 8월 식량위기설을 넘기기가 힘겨워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아마 시작된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중앙통신이 취재한 것을 국내 연합뉴스가 전재 보도한 사진이다. 지난 5월31일 평양시 낙랑구역 정백협동농장 주민들이 손으로 모내기하는 논두렁에서 열 명의 남녀 인민군 선전대원들이 손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를 들려주는 모습이 있었다. 모내기를 격려하기 위해 군인들이 노래를 불러준다지만 이해가 잘 안 된다. 노래보단 차라리 함께 모를 심는 게 더 나을터인 데도 북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다.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끊겨 암시장 쌀값은 2년새 5배나 뛰는 등 식량난을 겪고 있어도 선군사상으로 군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기아에 직면한 식량난과 세계적 수준의 군수공업이 겹치는 두 면모를 어떻게 보아야 할 지 혼란스럽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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