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수배자’

‘국제형사경찰위원회(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 : ICPO)’를 줄여 부르는 ‘인터폴’은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범인을 잡는 국제수사관으로 착각하는 이도 없지 않으나 실체가 있는 수사관이라기보다는 범죄정보를 교환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범죄정보를 분석해 각국 경찰에 제공하는 역할에 가깝다. 국제범죄의 빠른 해결과 각국 경찰기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56년 설립돼 현재 182개국이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1964년 제33차 인터폴 회의에서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경찰청 외사관리관실에 인터폴 대한민국 국가중앙사무국을 두고 있다.

인터폴은 국제형사경찰위원회(ICPC)에 기원을 두고 있다. ICPC는 1901년 런던경시청 총감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지문을 한 곳에 모으자고 제한한 데서 출발, 1923년 2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설립됐다.

1920~1930년대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ICPC는 1938년 위기를 맞았다. 본부가 있던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나치스가 기관내 정보를 유대인 학살에 이용한 것이다. 이후 ICPC 기능은 한동안 정지됐고 1956년 인터폴을 통해 다시 탄생했다. 현재 인터폴은 총회와 집행위원회, 사무총국으로 이뤄져 있는데 총회는 매년 다른 국가에서 열린다. 1999년 11월에는 서울에서 총회가 열려 테러리즘, 마약밀매, 조직범죄, 인신매매, 공무원 독직, 문화재 밀매 등 지구촌 범죄에 대한 대책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인터폴의 수배 유형은 5 단계다. 변사자 신원확인을 위한 흑색수배부터 황색, 녹색, 청색, 적색수배 등이 있다. 이 중 범죄용의자 체포·송환을 위해 인터폴이 내리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적색수배(red notice)는 구속 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살인·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 관련 사범이나 거액(50억원 이상) 경제 사범들을 대상으로 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아시아자동차 수출 사기사건’의 주역 전종진, 3천700억원대의 금융사기 주범 변인호, 그리고 최근 ‘유전의혹사건’으로 주목받은 허문석씨가 적색수배자들이다. 한국인은 김 전 회장 등 21명이 인터폴에 공개수배된 상태다. 해외도피 5년 8개월째인 김우중씨가 귀국할 모양이다. 당국은 김씨가 ‘적색수배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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