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타악계의 두 대표주자가 만났다.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그의 오랜 친구인 일본의 다이코(太鼓·큰북) 연주자 하야시 에데스다.
둘은 올해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11~12일 오후 4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대규모 합동 공연을 펼친다. 이어 16~17일 오후 7시30분엔 고양 어울림극장에 오른다.
둘은 여러 가지로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1952년생 동갑내기. 작은 체구에 다 부진 외모도 닮았다.
특히 두 사람이 양국 전통음악계에 끼친 영향도 비슷한 모습이다. 김씨가 우리의 전통 타악기를 사물놀이라는 형태로 재구성해 대중화했다면, 에데스씨 역시 일본 타악기 다이코를 현대적 기법으로 연주, 다이코를 세계에 알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1982년 김덕수 사물놀이가 처음으로 도쿄 공연을 갔을 때였다. 이후 지금까지 23년 간 우정을 이어오며 다양한 음악적 교류를 하고 있다.
“23년 전 처음 사물놀이 연주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어요. 타악기를 위한 이토록 풍부한 음악이, 그것도 바로 이웃 한국에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죠. 그 때 이후 한국의 전통음악 세계를 더욱 깊이 알게 됐습니다.”(에데스)
김씨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타악기 연주에서도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기본 박자도 일본은 2박, 우리는 3박 또는 혼합박 형태다. 따라서 일본의 타악 리듬은 직선적이고 힘찬 반면, 우린 ‘둥글게 감기는’ 곡선 느낌이다. 김씨는 “쉽게 말해 우리 타악은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리듬인데 비해 일본 것은 다소 형식적이고 인공적인 리듬”이라며 “에데스가 충격을 받았다는 건 바로 그런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은 23년 간 거의 매년 함께 연주해 왔지만 이런 식의 대규모 합동 공연을 열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후 두번째.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의미있는 초연곡들을 다수 선보일 예정이다. 일제시대 조선에 건너와 한반도의 수목을 연구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를 추모하는 ‘수로의 연꽃’과 ‘진혼아리랑’, 3개의 다이코와 4개의 장구가 협연하는 ‘일고화락’, ‘우정의 밀양아리랑’, 김덕수-에데스의 듀오 무대인 ‘산을 넘어서’ 등의 작품이 이어진다.
연주에는 두 사람 외에 양국 타악주자 각 5명, 우리 소리꾼, 대금과 사쿠하치 연주자 등 모두 15명 정도가 참여한다.
양국의 타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시도는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전통의 대중화,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은 전통음악의 뿌리가 되는 창조적 작업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교류 작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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