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강 환상곡’

“새벽 두 시에 홀로 / 강으로 내려가 본 일이 있는가 / 강가에 앉아 /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일이 있는가 /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 이미 작고하신 어머니. 신이여 축복하소서 / 연인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 그 여자 태어나지 말았었기를 바란 일이 있는가 / 할렘강으로의 나들이 / 새벽 두 시 / 한 밤중 / 나 홀로 / 하느님 나, 죽고만 싶어 / 하지만 나 죽은들 누가 서운해 할까”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의 詩 ‘할렘강 환상곡’이다.

‘나는 니그로, 밤이 검은 것처럼 검고 나의 아프리카 한복판처럼 검다’라는 시로 흑인들의 마음을 사무치게 했던 랭스턴 휴즈는 ‘나의 영혼은 강처럼 깊게 자라왔다’며 영혼(soul)이란 말을 흑인들만의 위대한 정신적 특성으로 만든 최초의 흑인 시인이며, 시 한 구절로 흑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랭스턴 휴즈는 18세 때 ‘니그로, 강에 대해 말하다’를 썼으며 이 시는 ‘니그로’ ‘나의 동포’ 등과 함께 흑인 어린이들까지 암송하는 흑인의 고전문학으로 유명하다.

랭스턴 휴즈는 소설 ‘아직 웃음이 있다’를 썼으며 문화운동가·인권운동가로도 활약했다. 희곡·문학평론·동화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겨 후진국 문학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그가 뉴욕의 한 호텔 급사로 있을 때, 당시 유명했던 시인 린지가 무명이던 랭스턴 휴즈의 시를 극찬하며 낭송한 것이 계기가 돼 그는 하루 아침에 유명한 ‘급사 시인’이 됐다. 그는 또 니그로 르네상스의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흑인 시인으로 지방 순례 시 낭송을 해서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랭스턴 휴즈는 왜 새벽 두 시에 할렘강에 나가 버림받은 기분에 젖어 세상에 없는 어머니, 연인을 생각했을까. 그리고 죽음을 떠올리며 내가 죽은 들 누가 슬퍼해 줄까 하고 비감해 하였을까.

랭스턴 휴즈의 ‘할렘강 환상곡’은 이런 저런 세상 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또는 가슴이 허전해 쓸쓸한 날 문득 문득 생각나는 영가(靈歌)다. 이래서 훌륭한 시는 영혼의 자장가라고 하였다. 새벽 두 시가 아니더라도 강가나 호수가에 앉아 인생을 가끔 돌아볼 일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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