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옷가지와 양말을 한 아름 걷어
졸음이 묻어 들어 온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켜켜이, 거친 손바닥의 온기로 쓰다듬어 개킨다
말린 생선처럼 비틀린 목이 긴 양말들,
짝을 찾아 맞추어 준다.
새 것은 새 것대로 / 낡은 것은 낡은 것대로
색깔을 맞추고 무늬를 맞춘다.
양말의 무늬와 색깔을 맞추듯이
나는 내 삶의 크기를 / 나의 크기에 맞춘다.
내 절망의 크기만큼 희망을 보고
내가 흘린 눈물의 양이
꼭 그만큼 기쁨으로 승화될 것을 믿는다.
때론 짝이 다른 양말을 신으면 안되는 것일까,
의문도 가져 보지만
구멍 난 양말은 제 짝의 성한 양말까지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아는 까닭에
나는 내 절망이나 눈물의 주머니에
차마 구멍을 내지 못한다.
내 손길에 펴진 마른 생선같은 양말들이
또 다시 삶의 진창 속으로
걸어가기 위해 /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시인 약력> 경북 군위 출생 / <예술세계> (수필), <문학시대> (시)로 등단 / 저서 <꿈을 잇는 조각보> 외 다수 / 글꽃 동인. 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가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꿈을> 문학시대> 예술세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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