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리회

기쁘거나 슬플 땐 노래하고 또 듣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노래하는 건 잘 못해도 할만 하지만 듣는 것은 좋아야 듣는다. 이래서 유명인들의 노래를 찾는다. 하지만 유명인들만이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무명인의 노래도 들을만 한 게 적잖다.

슈트라우스 작곡의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은 한 작은 마을에서 축제일에 춤추는 원무곡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게 독일 궁중무곡이 되면서 슈트라우스는 일약 ‘왈츠의 아버지’로 불렸다. 프랑스의 환상적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 무명가수로 출발했다. ‘지하철 음악가’는 파리의 명물이다. 비발디의 협주곡과 바흐의 오르간 작품을 기찬 아코디온 독주로 행인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지하철 음악가’ 가수가 마침내 음반을 내고 본격적인 가수활동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다 보니 ‘지하철 음악가’의 연주나 노래를 담은 CD가 나와 인기를 적잖이 끈다.

‘한소리회’는 길거리 음악가 모임이다.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로 이건재(45·장애인복지과) 조기열(41·관광과) 고상범(35·의회사무처)씨 등 통기타 가수 트리오다. 지난 5년동안 약 500회의 길거리 공연을 가졌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그동안 노래하면서 모은 성금이 1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 소아암 등을 앓는 난치병 어린이들을 남모르게 도왔다. 13명의 어린이들이 건강을 되찾았다는 소식으로 큰 보람을 맛보았다. 그런가 하면 7명의 어린이는 끝내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듣는 슬픔도 겪었다. 지금은 이천 세계도자비엔날레 행사장서 연주하지만 앞으로 행사가 끝나면 다시 여주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서 연주할 것이라고 한다. 레퍼토리는 주로 발라드풍의 서사적 노래를 부른다.

위대하다. 이런 길거리 자선 음악가가 지역사회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학생시절에 지녔던 ‘끼’를 의미있게 발산하는 아마추어 가수들이지만 유명가수 못지 않다. 파리의 ‘지하철 음악가’들 처럼 프로로 전향할 생각은 없겠지만 ‘한소리회’ 트리오의 노래가 널리 퍼지면 좋겠다. 앨범을 내거나 지역 음악행사에 초청하는 것은 그 같은 방법이 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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