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칠월이 오면-김계순

시-퍼렇게 약오른 벼 이파리와

옥수수 잎 늘어뜨리고 사각대는

칠월이면

미영 밭의 연한 열무 쑥쑥 뽑아 버무린

된장 겉절이와

학득에 보리쌀 빡빡 갈아

시커먼 솥 단지에 푹 - 삶아 지은 질퍽한 보리밥에

고추장 한 한 숟가락 척 얹고

참기름 서너 방울 뚝둑, 떨어뜨려

이빨 사이 아삭거리는 *얼지로

밥 비벼 먹고 싶다

별 총총 눈뜨는 늦은 저녁

오빠 혼자 저수지 언덕을 휘갈겨

바작 가득 베어온 생풀로

마당 한쪽에 모깃불 피워놓은 채

평상에 삥 둘러 앉아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처럼

적당히 일그러진 양푼 가운데 놓고

숟가락이 휘파람 소리내며 밥 퍼 나르던

고향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칠월만 되면

▲얼지 : 걷절이를 이르는 전라도 방언

<시인 약력> 전남 영광 출생 / <예술세계> (수필), <문학시대> (시)로 등단 / 저서 <아버지의 꽃밭> 등 다수 / 글꽃 동인·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가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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