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사람보다 먼저 태어난 생명체다. 인간이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들은 숲속에서 살았으리라. 숲은 사람의 삶의 터전이었다. 숲은 사람의 마음 속 고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숲을 동경한다. 나무와 꽃은 하늘을 바라보고 땅에 뿌리를 내린, 천지와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여준다. 숲속에서도 저마다 생존의 경쟁이 있지만 숲은 전체적으로 조화와 공존을 이룬다.
神은 자연을 만들고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것이지만 자연은 말이 없다. 하지만 조화롭게 거대한 생명의 순환을 이어 간다. 그러나 인간 세상은 갈등과 대립으로 시끄럽고 분주하다. 도시는 삭막한 콘크리트로 상징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답답한 도시에서 자연을 그리워한다.
최근 서울 뚝섬 35만 평의 땅이 ‘서울숲’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공원으로 개장됐다. 서울숲은 세가지 의미를 지닌다. 여의도공원의 다섯배나 되는 크기, 유흥시설이 전혀 없는 자연공원, 서울시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건설된 게 아니라 시민들이 주도하고 참여하여 만들어 진 점이다.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을 흙으로 덮어 조성한 월드컵공원이 각종 야생 동·식물이 몰리는 생태공원으로 변모한 것도 신비롭다.
지난 5월 29일엔 용인 대지산 정상에서 환경단체인 용인환경정의와 한국토지공사, 용인시, 죽전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지산 생태공원 완공식’이 열렸다. 이날 완공식에서 사람들은 다음 세대에게 보내는 환경보전 메시지가 담긴 타임캡슐 봉안식(2030년 개봉 예정)을 가졌다. 해발 380m의 대지산은 2000년과 2001년에 걸친 그린벨트 청원운동과 시민들이 개발에 반대해 녹지 등을 사들여 영구 보전하는 운동, 즉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17일간의 나무 위 시위운동을 통해 정부의 보전 결정을 이끌어 낸 역사를 창조했다. 이 대지산이 생태공원이 되면서 오색딱따구리와 쇠딱따구리, 다람쥐 등 동물들과 은방울꽃, 현호색 등 야생화가 살고 있다고 한다. 식물이 있어 동물과 사람은 생명을 유지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싱그러운 이야기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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