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해녀는 바닷가 물 속에 들어가서 해조류와 패류를 캐는 여인이다. 잠녀(?女), 잠수(潛嫂)라고도 한다. 해녀들은 특별한 장치가 없는 나잠어법(裸?漁法)으로 물 속에서 소라·전복·미역·톳·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하며, 가끔 작살로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해녀들은 바닷 속에 무자맥질하여 보통 수심 5m에서 30초쯤 작업하다가 물 위에 뜨곤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수심 20m까지 들어가 2분 이상 물 속에서 견디기도 한다. 물 위에 솟을 때마다 ‘호오이’하면서 한꺼번에 막혔던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이색적인데, 이 과도환기작용(過度換氣作用)을 ‘숨비소리’, ‘숨비질소리’ 또는 ‘솜비소리’ ‘솜비질소리’라고 한다. 해녀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데, 우리나라 해녀는 대부분이 제주도에 있다.

제주 해녀들은 추운 겨울에도 물질할 수 있는 내한력(耐寒力)을 갖춘 비상한 기량과 정신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달리 평가된다. 특히 제주 해녀들 사이에서는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해녀노래> 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사설에서도 해녀들의 강렬한 의지가 드러난다. 해녀들에게 특수한 혈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헤엄치기와 무자맥질을 배우다가 15, 16세에 이르면 독립된 해녀가 되는데, 해녀생활은 대체로 60세 전후까지 이어진다.

해녀들은 대부분 농사일을 겸하고 있어 물질만을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농사일을 치르는 사이에 물때에 맞춰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므로, 이들의 밭은 뭍과 바다에 걸쳐 있는 셈이다. 해녀들은 한때 그 수가 3만명에 이르렀으나 지금 제주 해녀들은 5천명 정도라고 한다. 제주 해녀의 80% 이상이 50, 60대인 데다 65세가 넘으면 물질을 못하기 때문에 10년 후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호흡기구의 도움 없이 깊은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들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최근 제주 해녀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는 작업에 착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제주 해녀들의 조업 기술과 노래와 민속, 공동어장 관리 등이 갖는 고유의 독특함은 세계문화유산이 되기에 충분하다. 제주바다에서 듣는 숨비소리가 더욱 신비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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