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이는 장타령꾼을 낮게 이르는 말이다. 타령(打令)이란 정악(正樂)이 아닌 잡가(雜歌)의 총칭이다. 또 장이나 가게 문전에 돌아다니며 장타령을 부르는 거지를 가리켜 장타령꾼이라고 한다.
/얼씨구나 잘한다 / 품바나 잘한다 / 작년에 왔던 각설이 /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어허 이놈이 이래도 정승판서 자제로 / 팔도감사 마다하고 돈 한 푼에 팔려서 / 각설이로만 나섰네 / 저리시구 저리시구 잘한다 / 품바하고 잘한다/(후략)
음률은 2분박의 보통 빠르기인 4박자로 동살풀이 장단이다. 사설 또한 ‘장풀이’ ‘숫자놀이’ ‘투전풀이’등 여러가지다. 앞서 예시한 각설이타령 사설은 ‘장풀이’의 첫 대목이다. 각설이타령은 하나같이 익살이 담겼다. 또 낙천적이다. 미천한 신분을 정승판서 자제로 비유하는 것은 반상(班常)에 대한 저항이다. 사설중 ‘잘한다’는 말이 많은 것은 자신의 처지를 그래도 낙관하는 일종의 둔사다.
조선시대엔 각설이패들이 그들 나름대로 세를 형성했다. 사설 또한 시류따라 조금씩 변했다. 예컨대 1945년 광복 직후엔 /일자나 한자나 들보보니 일편단심 먹은 마음(중략) / 삼자나 한자나 들고보니 삼팔선이 웬 말인가 / (후략)하고 남북분단을 개탄하기도 했다. 1960년대 중반들어 문전걸식하던 거지가 모습을 감추면서 각설이타령도 들을 수 없었다. 1980년 대 초반 각설이타령이 민속예술로 화려하게 재등장한 것이 정규수의 품바타령이다. 벙거지에 누더기옷을 걸치고 깡통을 두들기며 모노드라마식으로 불렀던 품바타령은 일약 장안의 명물이 됐다. 1대 품바 정규수에서 15대 품바 손성윤에 이르기까지 5천회 공연에 200만명의 관객이 동원된 것으로 전한다.
중간에 박동과와 김기창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9개 도시 순회공연을 가져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두 왕년의 품바들이 오는 7월7일 서울 대학로 상상아트홀에서 품바타령, 즉 각설이타령 공연을 갖는다. 시대상을 풍자하는 내용이 있을 모양이다. 품바타령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것은 비폭력 저항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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