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리집에 가면 상이 둥글다. 요리를 차례대로 빙 둘러앉은 손님들 앞에 내놓는다. 둥근 상은 회전무대처럼 됐다. 회전상을 돌려가며 입맛찾아 요리를 먹는 게 여간 편한게 아니다.
회의장 테이블에 둥근게 또 있다. 둥근 탁자는 네모난 탁자보다 부드런 느낌을 준다. 상하 계급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래서 회의 분위기가 밝다. 기탄없는 대화가 나올 수 있다. 기업체 회의실에서 이런 둥근 탁자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
중세기에 ‘원탁기사단’이란 게 있었다. 5세기 말엽이다. 영국의 전설적 제왕인 아더왕 시절이다. 아더왕은 둥근 탁자에서 친위대인 기사단 회의를 주재했다. 빙 둘러앉은 기사들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직언했고 아더왕은 기사단의 중론을 존중하곤 했다. 이것이 원탁회의 효시다.
1887년 영국의 자유당 출신 글래드스턴 수상은 아일랜드 자치문제를 놓고 챔벌레인 야당 지도자와 원탁회의를 가져 자치법 제정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원탁회의 결과가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1973년 파리에서 가진 베트남 휴전협정 회담 역시 원탁회의였으나 결국 사이공 월남 정부는 1975년 4월30일 하노이 정부군과 베트콩에 의해 패망하고 말았다.
지난 1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린 서울 워커힐 호텔 회담장 테이블이 원탁으로 되어 시선을 끈 적이 있다. 남북회담에서 원탁회의를 갖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회담이 비교적 순탄했던 것은 원탁회의 때문인 건 아니다. 실리를 많이 내주면서 요구해야 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뒤늦게 나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이 좀 어색하게 들린다. 남측 대표 단장이었던 그는 북측에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제의했다는 것이다. 권호웅 북측 단장은 “나중에 얘기하자”는 말로 적당히 얼버무린 것 같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그 자리에서 왜 그런 말이 나와야 했는지 도시 이해가 안된다. 정 장관은 감정에 겨웠던 모양이다. 튄다는 게 잘못 튀었다. 또 다른 어떤 객쩍은 말은 하지 않았는 지 그것이 궁금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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