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화두는 자칫 무겁고 어렵다. 아무리 풀어도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처럼 그렇게 꼬이고 엮였다.
그림 그리는 작가들에게 삶의 문제를 던졌을 때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안양 롯데화랑은 ‘뛰어넘다, 놀다, 그냥가다’란 주제로 삶을 들여다본 이색 전시를 연다.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선 주제에 따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먼저 ‘뛰어넘다’는 어려움이나 고난에 관해 초월한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 성태훈은 작품 ‘벽으로 부터의 반추’를 통해 일상을 위협하는 심리적 풍경을 담았으며, 안봉균은 고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물고기 화석과 컴퓨터, 핸드폰의 화석을 동시에 선보인다.
‘놀다’는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나 이상보다는 대상과 융합하며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고동욱의 ‘Silence’는 한지에 먹을 사용해 물방울 흔적을 담았고, 이길우는 한지에 향불의 흔적을 점점이 남겨 하나의 완성된 형체를 선보인다. 또 이용덕의 조각품 ‘Silence’는 원기둥과 뫼비우스 띠에서 착안한 무한의 시간개념을 접목시켰다.
마지막으로 ‘그냥가다’는 번잡한 세상과 동화하기보다 무심히 삶을 관망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유기중은 화선지를 상하로 나눠 어둡거나 엷은 먹색을 담았다. 단조로운 구성이지만 먹색과 같이 깊은 침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또 임채일은 캔버스에 담긴 이미지의 입체성을 추구한다. 마치 가상의 사물처럼 형체를 일그러뜨린 사물은 환영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구 큐레이터는 “이번 기획전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작품으로 풀어냈다”며 “작가만의 독특한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63-271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