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수해 골프’

“상황 보고와 대책 지시가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무총리실의 입장이다. 전북 장수에서는 폭풍우로 잠자고 있는 집 지붕이 날아갔다. 이토록 강타한 남부지방의 비 피해는 지난주 토요일부터 시작됐다. 도내 피해도 적잖다. 이 시각에 이해찬 국무총리는 주 5일근무제 확대 실시에 따른 첫 토요휴무를 제주도에서 즐겼다.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에 간 이 총리는 비서실장 등과 한가롭게 골프를 쳤다. 지난 4월 강원도 대형 산불이 났을 때도 골프를 쳐 국회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런데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일을 이번에는 수해를 당해 또 저질렀다.

중소기업은 주 5일근무제가 그림의 떡이다. 경찰 및 소방관서는 토요휴무는 커녕 오히려 치안수요 등이 늘어 긴장속에 보낸다. 각종 자영업은 가뭄에 콩나듯 하던 손님이 그나마 끊겨 울상들이다. 토요휴무로 쉬는 사람들도 돈 없고, 갈곳 없고, 하릴 없어 방에만 틀어박히는 ‘방콕족’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노동계는 양대 노총이 주도해 임단협 중인 병원·금속·항공노조 등이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장마로 채소 등 물가는 또 뜀박질을 한다. 무슨 태평성대라고 이 총리는 민생과 동떨어진 토요휴무를 한가롭게 즐겼는 진 모르지만 나라를 염려하는 위정자로 보기엔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골프는 예약된 일정’이라는 총리실 해명은 당치 않다. 골프 일정을 잡은 것도 잘못이고, 호우경보가 나면 잡았던 골프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게 민생총리다운 면모다. 골프를 치면서도 “상황 보고와 대책 지시가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지난번 산불 골프 때도 들었던 궤변이다. 똑같이 거듭된 총리실의 수해 골프 해명은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들린다. 총리는 재해를 총괄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이다. 골프장에 있었을 처지가 아니다. 총리직 사퇴 용의는 없는 지 묻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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