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노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투쟁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곱지 않다. 이들 노조의 요구 내용이 정당한 지를 놓고 노사(勞使) 입장을 떠나 논란도 일고 있다. 물론 고도의 기능을 소지한 항공기 조종사라는 특수 전문직이긴 하지만 상당수 요구 조건들이 집단이기주의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지금 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해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는 ‘다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에 평균 억대 연봉자들이 너무한다’, ‘안전을 핑계로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만 하고 있다’, ‘차라리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겠다’는 등 비난의 글로 가득찼다. 두 항공사 조종사노조 홈페이지도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해 한동안 서버가 다운됐다고 한다. 같은 항공사 직원인 일반 노조원들도 “조종사노조는 회사 사정을 감안해 파업을 자제해달라”고 시위를 벌일 정도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경우,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조종사 가족에게 비즈니스석(10장)을 포함한 왕복 항공권을 연간 14장 제공할 것, 기장에게 객실승무원의 교체권한을 부여할 것, 여성조종사가 임신 등으로 2년간 쉬어도 상여금·비행수당 등을 포함한 임금 100%를 지급할 것, 모든 출장지 숙박호텔에 4세트 이상의 골프클럽세트를 비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종사와 외국인 조종사, 비조합원 등을 투입하면 운항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도 “비행 훈련 심사에 탈락하거나 영어자격증이 없어 국제선 탑승이 불가능한 조종사에 대한 고용 보장” 등을 들고 나왔다. 회사측은 “기량이 부족한 조종사들의 고용 보장은 곧 안전에 대한 위협이다. 안전을 위한 훈련 원칙과 기준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거리를 두었다.

연봉 2천만원 내외를 받으면서도 밤을 낮 삼아 일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직장이 없어 일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배경논리를 감안한다 해도 과연 그런 것들이 파업 등 강경투쟁을 벌여야 할 만큼 절박한 사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적 공감을 사지 못하는 노동쟁의는 ‘배 부른 흥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자제가 요구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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