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聖地) 인근에 대규모 골프장을 내려고 신청한 허가서류를 반려한 안성시의 조치는 시사하는 바 크다. “법이 아닌 민원이 정책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법과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를 위해서라도 소송을 벌이겠다”는 건설사측과 “골프장 건설이 백지화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천주교측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내린 불가 결정이어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미리내 성지는 국내 대표적인 천주교 성지의 하나다. 우리나라 첫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 성인 묘소 등이 있는 곳이다. 천주교 신자들을 비롯한 일반인, 외국인들이 순례하는 가톨릭 성지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연간 50만~60만 명이 미리내성지를 찾는다.
미리내성지 인근 미산리 일대 30만평(99만㎡)에 (주)신미산개발이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안성시에 허가를 신청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안성시는 산지상태가 양호하고 민원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허가신청을 두 차례 보류했다. 하지만 신미산개발이 입지를 산 아래 쪽으로 옮겨 다시 허가신청했고 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로 이첩될 도시계획입안서가 천주교측의 반발로 급제동이 걸렸다. 천주교측이 “가톨릭 성지와 불과 3.2㎞(직선 1.6㎞) 떨어진 곳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히 신미산개발이 도시계획입안서 제출 전 2번이나 벌목을 해 부지를 개발가능토록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강정근·방상복 신부가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법적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던 안성시가 “적법 여부를 떠나 민원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다시 허가신청을 반려한 것은 다수민원 발생을 의식한 고육책이다. “개발사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단식으로 인한 피해발생을 막겠다”는 것은 ‘제2의 천성산 사태’와 ‘제2의 지율 스님 사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알려지기로 신미산개발은 이미 4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지역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안성시 그리고 천주교측과 협의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양측 공히 강경 일변도가 능사는 아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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