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한사전의 오류를 끈질기게 지적해온 이재호 성균관대 명예교수(영문학)가 또 ‘그리스 로마 신화’번역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가운데 그동안 국내에서 번역된 문학작품과 영화 음악 연극 미술 등 전문분야의 번역 오류를 꼼꼼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번역가들이 아주 많이 틀리는 것 중 하나인 ‘Queen’의 경우 여왕 또는 왕비의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어 문맥에 따라 해석해야 하지만 보통 여왕으로 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다른 예들도 많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마고 여왕’은 ‘마고 왕비’의 오역이다. 헤밍웨이 원작이자 영화로 나온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의 정확한 표현은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이 울리나’가 맞다. 이 제목의 출처는 영국 시인 존 단의 ‘명상 17’에서 따온 것인데, 거기서 Bell의 의미는 ‘조종’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Lady Chatterley’s Lover)’으로 번역된 D H 로런스의 소설은 ‘레이디 채털리의 애인’이 맞다. 레이디(lady)는 부인에 대한 경칭이며 ‘lover’는 사전적으로도 애인이다. E 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은 ‘인도로 가는 항해’의 오역이다. 영화제목 중 ‘라이언의 처녀(Ryan’s Daughter)’는 ‘라이언의 딸’의 오역이고, ‘작은 신의 아이들(Children of a Lesser God)’도 ‘하위신(下位神)’을 잘못 번역한 것이다.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은 ‘타락(몰락)의 전설’을 황당하게 번역한 것이며,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Society는 클럽의 의미로 ‘죽은 시인의 클럽’ 이 맞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오역 비판은 더욱 구체적인데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씨는 “뜰을 가꾸는 자에게 잡초는 숙명이다. 문화의 번역자들에게는 오독과 오역 또한 숙명이다.
잡초를 뽑아주는 것은 고맙지만 저주에 가까운 비아냥은 문화번역 현장을 전쟁터로 만들 뿐, 도움되는 바가 적다”고 심회를 밝혔다. 번역은 어렵다. 이재호 교수가 한국시와 한국소설을 오류 없이 영어로 번역해 주었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