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者의 직업관

기자는 사람 만나는 직업이다. 각계 각층의 사람을 만난다. 예를 들면 거지도 만나고 왕도 만난다. 하지만 똑같이 대한다. 거지 앞에선 오만하고 왕 앞에서 비굴하면 그는 이미 기자가 아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기 때문에 예의를 지킨다. 취재할 때 건방을 떨고는 기사는 솜방망이 기사를 쓰는 기자는 그 역시 기자가 아니다. 취재할 때는 예의를 다 하고 기사는 예리하게 쓰는 게 기자 정신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기 때문에 많은 말들을 듣는다. 그 중엔 남의 얘기도 많이 듣게 마련이다. 그러나 말을 옮겨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판단 자료로 참고하고 그쳐야 한다. 가령 출입 부서에서 이 사람은 저사람 말을, 저 사람은 이 사람 말을 하는 걸 들을 때가 많다. 들은 말을 이 말은 저 사람에게, 저 말은 이 사람에게 옮겨서는 기자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그 보다는 들은 것으로 그치고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기자로서의 신뢰를 갖는다. 기자는 사람이 곧 자산이다. 자신을 신뢰해 주는 출입처 사람들이 많은 기자가 유능한 기자다.

비판 기사를 쓰면서 취재원이 하부직원으로 드러나는 기사를 쓰는 기자는 이 역시 기자가 아니다. 설령 취재원은 하부 직원일 지라도 고위 참모나 지휘관에 기사와 관련한 코멘트 등으로 미리 접근해 둠으로써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취재원의 직위가 어떻든 취재원을 대외에 결코 밝혀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어떤 불이익이 와도 취재원을 보호하고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이 기자 정신이다.

미국 CIA 비밀요원 신분을 폭로한 ‘리크 게이트’ 필화 사건으로 뉴욕 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여기자가 취재원 공개 거부로 법정구속됐다. “취재원을 보호 못하면 언론자유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거부 이유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사설과 칼럼으로 ‘언론 자유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했다’면서 밀러 기자의 용기를 평가했다. 권력의 핍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참다운 기자의 혼이다. 혼이 없는 기자는 대서인 일 뿐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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