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가진 경기바이오센터 기공식을 평화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것은 황우석 서울대 교수 덕분이었다.
수원시 팔달구 이의동 광교테크노밸리에 조성되는 경기바이오센터 기공식을 주민들은 원래 저지키로 했었다. “충분한 보상없이 일방적으로 개발하려 든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그러나 주민들은 황 교수가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공식이 열리는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 정문을 120여명이 막고 시위를 벌이기로 했던 계획을 자진 취소했다. 나라의 명성을 드높인 세계적 과학자의 영예에 흠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예전에 대학생 시위가 한창일 때다. 서울대 임종대 교수나 이기백 서강대 교수가 시위를 막으면 감히 스승을 밀어 제치고 교문을 뛰쳐 나가지 못했다. 두 교수는 체구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시위 학생들 앞에 딱 막고 서면 기세 등등했던 학생들도 그만 한 풀 꺾어진다. 가로 막고 서있는 스승의 위엄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그 위엄은 순전히 두 교수가 평소에 쌓아올린 높은 학문적 업적에 대한 외경심이었다. 임 교수는 경제학, 이 교수는 국사학의 태두로 평생 학문밖에 몰랐던 분들이다. 시위가 심했을 때도 학생들은 이토록 존경하는 교수 앞에선 여러말 안해도 꼼짝 못하고 스승으로 대접했던 것이다.
이의동 주민들의 깊은 사려가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기공식을 막고 시위를 벌였으면 황 교수가 겪은 변으로 외신에 잘못 보도될 수도 있었던 일이다. 이를 막을 수 있었던 황 교수의 권위도 고맙지만, 그렇게 대접할 줄 알았던 이의동 주민들의 마음씨가 무척 고맙다. 이의동 주민들은 손자병법을 빌려 말하면 싸우지 않고 이긴 셈이다. 시위를 안벌이고도 벌인 것에 비할 바가 없는 큰 수확을 올렸다. 보상 관계가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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