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양수리로 오시게-박문재

가슴에 응어리진 일 있거든

미사리 지나 양수리로 오시게

청정한 공기 / 확 트인 한강변

소박한 인심이 반기는 고장

신양수대교를 찾으시게

연꽃들 지천 이루는 용늪을 지나

정겨운 물오리 떼 사랑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침안개 자욱한 한 폭의 대형 수묵화

이따금 삼등 열차가 지나는 무심한 마을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 그냥 맨 몸으로 오시게

돛단배 물위에 떠서 넌지시 하늘을 누르고

산 그림자 마실 나온 다 저녁답 지나

은구슬 보오얗게 사운거리는 감미로운

밤이 오면 / 강 저편 불빛들 일렬종대로 서서

지나는 나그네 불러모으는 꿈과 서정의 마을

마흔 해 떠돌이 생활

이제사 제 집 찾은 철없는 탕아같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뜨겁게 속살 섞는 두물머리로 / 갖은 오염과 배신의 거리를 지나

가슴 넉넉히 적셔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처용의 마을

이제는 / 양수리로 아주 오시게

<시인 약력> 전남 해남 출생 / ‘현대문학’으로 등단 / 저서 ‘모란장날’ ‘풀빛연가’ 등 다수 /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양평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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