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는다 해서 노동 쟁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너무 한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간헐적으로 실시하는 음주 및 약물검사를 하지말고, 비행기를 그냥 타고가도 비행시간에 포함시켜 주고, 외국인 조종사 채용시엔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쟁의 내용엔 이런 요구들이 들어있다. 사측이 들어주지 않는다며 전면파업에 나서 사흘을 넘기고 나흘 째 접어든다.
휴가철을 맞아 비행기를 이용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전자제품, 섬유, 의약품 등 수출에 항공편을 이용하는 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어 걱정이다. 특히 휴대전화, 모니터, 컴퓨터 부품, 컬러 텔레비전, 반도체 등 전자업계는 더 한다. LCD모니터, PDP 등 전자제품 180t 분량의 수출이 이미 차질을 빚었다. 이대로 가면 정밀기계 부품, 고급 패션의류, 농수산물도 타격이 미칠 것으로 보고 업계는 부심하고 있다.
수출은 경제의 해외 전선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상품의 품질도 좋아야하지만 신용이 생명이다. 약속된 물건을 약속된 납기에 대지 못하면 해외바이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신뢰가 떨어지면 경쟁국이 끼어들어 거래선이 바뀌면서 거래가 중단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은 법률적 가치나 사회적 도덕성에 비추어 아무래도 일치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잖아도 나라 경제가 어렵다. 민생도 어렵다. 이런 실정에서 수출에 지장을 주고 민생에 비웃음을 사는 장기 파업은 다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얼마전에 30대 보라매 4명이 서해에서 숨졌다. 무려 30년이 된 전투기를 타고 훈련 중이던 두 대가 잇따라 떨어지는 비운을 당했다. 이들이 봉급말고 받은 비행수당은 고작 월 80만원이다. 민항 조종사들의 상당수가 군 출신인 것으로 안다. 선배로서 같은 항공인으로서 느낀 바가 없지않았을 것이다. 좋은 조건에서 아주 좋은 대우를 받는 민항조종사들이 벌이는 파업은 생소하게만 들린다. 아흔아홉 섬을 받으면서 백 섬을 채우기 위해 한 섬을 탐내는 것과 같아 보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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