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합격하면 5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 이른바 ‘3시(試)’에 더해 ‘선거 고시’란 말이 생겨 났다. 지난 6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및 선거법으로 그동안 무급 명예직이었던 광역·기초의회 의원이 유급직으로 바뀌면서부터다. 광역의원은 수준에 따라 2·3급, 기초의원은 4·5급 대우를 받는다는 데서 유래한 신종 유행어다. 연봉 면에서 기초의원은 5천만~6천만원, 광역의원은 7천만~8천만원의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국회의원과 별 차이가 없다.
‘선거고시’ 열풍은 좁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과 인근 각 정당 당사는 물론 넓게는 지방 구석구석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비서관 등 1천500여명의 참모진이 포진한 국회의원 회관은 더욱 뜨겁다. 국회의원 대신 지역구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 담당 보좌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선거고시’에서는 세대교체·세력교체·젠더(성)교체라는 3가지 측면에서의 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시대정신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한 선거제도의 변화가 직접적인 이유이다.
현역 기초의원 중 45세 미만은 818명, 46세 이상은 2천667명으로 중·노년층이 76.5%를 차지한다. 대체로 재력있는 지역유지 중심이다. 그러나 앞으로 연봉 5천만~8천만원 상당을 받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다른 직업이 없더라도 지방의원을 직업으로 삼는 층이 눈독을 들일만하다. 돈받는 젊은 직업정치인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영남권은 한나라당이, 호남권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독식하는 현재 지방의원들의 세력판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광역의원 외에 기초의원에도 중·대선거구제도가 도입된 건 바람직한 일이다.
여성의 대거 진출은 특히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기초의원의 경우 전체 정원(현재 3천485명)의 10%를 여성에 할당토록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광역의원은 10% 할당제가 이미 시행중이다. 중대선거구제에 따라 여성 출마자도 당공천만 받으면 ‘고시 합격(당선)’ 가능성이 많다.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고시 수험생’들의 착실한 민주주의 공부와 올바른 정진을 당부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