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투수는 수비의 최첨병이다. 전진 내야수이기도 하다. 이래서 승리투수의 명예는 다양하다. 완투승은 9회 끝까지 선발의 자릴 지킨 승리투수의 명예다. 안타는 내주었어도 득점은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완봉승의 명예도 있다. 무안타 무실점의 노히트 노런도 있다. 안타는 고사하고 볼넷 한개도 내주지 않아 진루를 허락하지 않은 퍼펙트 게임도 있다.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볼의 제구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무리 제구력이 좋아도 게임마다 안타를 내주지 않거나 적게 내주는 투수는 있을 수 없다. 안타성 타구를 내·외야수들이 절묘하게 잡아낼 때 투수는 신이 난다. 반대로 내·외야수들이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를 땐 투수는 맥이 빠진다.
투수가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팀의 타선이 터지 지 않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 지난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던진 박찬호선수(32·텍사스)가 이러했다. 8회 1사까지 6안타 볼넷 5개로 1점만 내주는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였다. 그러나 강판 때까지 팀의 타선 침묵으로 승패없이 물러났다. 반대로 많이 얻어 맞고도 타선이 집중 폭발해 승리투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야구를 개인 위주의 경기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야구 역시 조화가 요구되는 완벽한 팀 플레이다. 수비에선 투수와 내·외야수, 야수끼리의 호흡이 맞아야 공격이 효과적으로 제어된다. 공격에서는 적시타, 집중안타를 내야할 땐 내야 수비를 무너뜨리는 득점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인간의 사회생활도 야구 게임과 같다. 공격과 수비에서 포지션마다 최선을 다하는 팀 플레이가 얼마나 완벽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난다. 가정도 그렇고, 직장단체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관공서도 그렇고, 정부 경영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잘 안풀리는 이유를 서로가 상대 포지션에 떠넘기는 난조는 꼭 지게 마련이다. 사람이 살면서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승리투수는 견인의 역할 일 뿐,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공수의 조화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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