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는 소리가 나올만큼 스팸메일(홍보·광고용 전자우편)이 넘쳐난다. 아이들 식으로 말하자면 정말 ‘왕짜증’ 나는 일이다. 지지대子도 출근하여 컴퓨터 메일함을 열어 보면 날마다 300여건의 불법 스팸메일이 쓰레기처럼 쌓여 있다. 스팸메일임을 알 수 있도록 ‘광고’ ‘성인광고’ 등을 표기토록 한 정보통신망법상 규정을 지킨 메일은 극히 드물다. 이래서 정작 필요한 메일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아그라 판매, 발기부전 치료, 성기 확대’ ‘여성 흥분제’ 등 성인광고와 포르노 사이트, 녹화물을 판다는 음란물 광고는 내용을 금방 알 수 있으니까 그래도 나은 편이다. 천연덕스럽게 ‘안녕하세요? ○○○입니다’ ‘답변 보냅니다’ 라는 메일은 혹여 이름을 기억 못하는 발신자인 듯 싶어 확인하면 되레 더 자극적이다. 이른바 사용자를 속이는 ‘낚시성’ 스팸이다.
지워도 지워도 쌓이는 스팸메일은 해도 너무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에 지난 6월 한달 동안 신고된 불법 스팸메일은 2만1천820건으로 올 1월 한달의 5천4건보다 156%나 늘었다. 신고 안 한 건 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다. 불법 스팸메일을 전송하다 적발되면 최고 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돼 있으나 문제는 느슨한 단속이다. 더구나 수신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발신을 허용하는 옵트인(OPT-IN)제도가 팩스·휴대전화에는 적용하고 있으나 전자우편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불법 스팸메일이 오죽 심하면 중학생들이 단속에 나섰겠는가. 용인 포곡중학교 학생 35명으로 구성된 ‘사이버패트롤 동아리’는 그야말로 ‘사이버 경찰’이다. 이 동아리는 지난 6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불법청소년유해정보신고대회에서 13일 간 8천500여건을 신고, 7월 19일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포곡중 학생들은 1주일에 2차례 방과 후 학교 컴퓨터실에 모여 스팸메일 사냥에 나선다. 자신들 뿐 아니라 친구들의 메일함까지 꼼꼼히 살펴 음란·불법상업 메일이 발견되면 추방운동을 벌이는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본부’에 즉각 신고하는 등 여러가지 일을 한다. 깨끗한 사이버 세상을 만들려는 학생들의 노력이 실로 가상(嘉尙)하다. 이 학생들이 바로 ‘간교한 여우들(불법 스팸메일업자들)’을 잡는 ‘21세기 호랑이들’이다./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