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날’

몇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 학생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용돈을 아껴 모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학교 ‘저축의 날’에 선생님에게 자랑스럽게 바쳤다. 선생님은 코 묻은 돈을 받으며 절약 정신을 칭찬해주고 학생들은 저축한 금액이 불어난 통장을 보며 더욱 돈을 아껴 썼다. ‘저축의 날’에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빈병을 모아 고물상에 팔기도 했다. 이렇게 저축의 중요성을 심어 준 초등학교 ‘저축의 날’이 아이들의 푼돈을 받아 봐야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금융기관들이 학교 저축을 기피하기 때문에 사라진다고 한다.

더구나 학교 측도 교사들이 ‘저축왕’ 선발 등을 위한 잡무에 시달리는 데다 현금 분실의 위험이 있다며 저축의 날이 폐지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고 하니 더욱 씁쓰레하다.

대표적 학교저축인 우체국 장학금의 경우 계좌 수가 전국적으로 2001년 97만여 개에서 올 6월에는 69만여 개로 줄었다. 새마을금고연합회는 2001년 8월 아예 장학적금의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학교저축이 연 이자율이 시중 금리보다 높은 5%가 되는 등 수익성이 없어 사업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융권과 학교측이 초등 학생들에게 절약 정신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눈 앞의 작은 이윤과 편리만을 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교저축이 모습을 감추면서 어린이 펀드·증권 등 어린이 전용 금융상품이 나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점이 많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전용 금융상품은 10개가 넘는다. 어린이 전용 펀드인 ‘우리 아이 3억 만들기’를 내놓은 M사의 경우 출시 두달만에 판매액이 2배로 뛰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우량주에도 투자해 수익률이 높고 만화 등을 활용한 어린이용 신탁운용 보고서가 매달 발송돼 경제교육에 효과적인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 전용 금융상품은 어릴 때부터 돈을 아끼는 것보다 불리는 것에 관심을 더 두게 해 균형 잡힌 경제 감각을 그르칠 우려가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투자 상품보다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학교저축이 계속 장려돼야 한다.

/임병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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