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원의 ‘제왕적 칙령’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평당원이다. 당정분리를 내세워 열린우리당 총재직이나 대표직 같은 것을 맡는 것은 옮지않다며 사양해 왔다. 그러나 평당원이지만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당에서 반대하는 것도 대통령이 좋다거나, 당에서 좋다는 것도 대통령이 반대하는 뜻을 비치면 이내 평당원 대통령 의도대로 돌아서는 것이 열린우리당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리모컨 조정은 직접 및 간접 화법으로도 하고, 때로는 소속 국회의원 등에게 서신을 보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른바 대연정(大聯政) 제의도 편지 수법으로 자신의 의도를 피력해 보였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책임적 권한이다. 이를 떡갈라 주듯이 내각 구성 권한을 한나라당 총리에게 이양하겠다는 대연정론은 새삼 더 말할 것 없이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다. 대통령 권한을 이양받았다 해서 헌정상 유효한 것도 아니다. 헌법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개인의 권리처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자체가 가히 제왕(帝王)적이다.

그런데 평당원 대통령의 ‘서신정치’가 제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주목을 끈다. “과거 제왕적 총재 이상의 권능으로 당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내려보낸 교서나 칙령처럼 보인다”고 어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대연정론 같은 중대 제의가 있으면서도 당 중앙위원회나 의원총회 소집 한번 없었다며 당 지도부를 나무랐다. 평당원 대통령에게 ‘Yes’만 있을 뿐 ‘No’는 있을 수 없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모습이다.

겉무늬만 당정분리일 뿐, 당정일체보다 더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이 정권의 평당원 대통령이다. ‘서신정치’가 “제왕적 칙령처럼 보인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선다. 역대 대통령과 스타일이 다른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제왕적 모습은 정치학의 새로운 연구 과제가 될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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