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푸른 고목들-정승렬

권선고등학교 인근 문화센타

노부부들의 댄스 강좌가 한창이다

꽃대 같은 여강사의 몸놀림

하나 둘 셋 넷

보~옴 여름 가을 겨울

보~옴 여름 가을 겨울

구령과 박자에 맞추어

노부부들의 워킹이 계속되고 있다

저들은 얼마만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문처럼 외우고 살아 왔을까

교문을 빠져나온

학생들의 소란거림이

문화센타 댄스교실로 스며들고 있다

느리게 움직이던 율동이

갑자기 살사댄스 음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서로가 손을 맞잡고 빙빙 돌다가

손바닥을 마주 대며 밀어낸다

때로는 혼자서 돌다가 격렬하게 몸을 흔든다

삐끗, 가끔은 엇박자에 휘청거리지만

파트너는 양손을 내밀어 다시 잡아 준다

나는 천천히 춤판 속으로 걸어간다

창가에 놓여진 늙고 허리 굽은 소나무 분재

봄볕 속에서 푸른 속살을

촘촘히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시인 약력> 경기 화성 출생 / <세기문학> 으로 등단 / 경기도공무원문학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현재 경기도 제2청사 감사담당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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