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골을 넣어야 할 땐 넣어야 한다. 감독이 볼을 찰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본프레레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2005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에서 2무1패로 최하위의 나락으로 떨어져 팬들의 분노가 높다. 동아시아 무대쯤은 여유있게 정상 정복을 예견했던 기대가 산산조각이 난 것은 사실이다.
한국 축구에 ‘본프레레 컬러’가 없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전략무기가 빈곤하다는 것도 아직은 맞다. 0-1로 패한 일본팀과의 게임에서도 상대의 두터운 수비진을 교란시키거나 유인해내는 비책없이 무조건 정면돌파만 시도하여 번번이 막혔다. 빈 공간을 이용하는 속전도 졸렬했다.
그러나 히딩크 말대로 감독이 볼을 차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의 게임만해도 졸전인 가운데 그래도 득점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 두 골은 성공시켰어야 할 기회를 놓쳤다. 선수가 놓친 실기의 책임을 감독에게 덮어 씌우는 건 무리다. 한 구단 감독은 “몇 몇 선수의 과욕으로 손발이 안 맞고 감독의 지시를 제대로 못따른 선수도 있었다”며 선수들을 질책했다.
어떻든 이제 더 이상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강자든 게임마다 이길 수 있는 강자는 없다. 질 때도 있는 게 게임이다. 다만 져서는 안 되는 게임이 따로 있다. 져서는 안 되는 게임을 위해 지금부터 전열을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 동아시아 축구대회는 연습무대로 가볍게 넘기면 된다. 레귤러 멤버가 출전한 것도 아니다. 이기면 한국 축구가 완전한 것 처럼 호들갑을 떨고, 지면 한국 축구가 다 끝난 것 처럼 매도하는 냄비 여론도 없어져야 한다.
독일 월드컵을 10개월 남겨놓고 있다. 축구 대표팀의 베스트 멤버를 확정해 본격 훈련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부터 전략과 작전을 짜고 비밀 병기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이러기 위해서는 본프레레 감독의 지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본프레레 컬러’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히딩크도 초반엔 지지부진했다. 나무위에 올려놓고 흔들어대는 게 능사가 아니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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