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능력은 개인마다 차이가 나지만 성별 격차도 현저하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더 취한다. 남녀가 똑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음주 측정기에 기록되는 여성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남성보다 높다. 여성의 체내 수분 비율(약 50%)이 남성(약 65%)보다 낮고 지방 비율은 높아서다. 알코올은 수용성이므로 몸안의 물엔 녹지만 지방엔 용해되지 않는다. 술을 담는 몸의 용적도 남성보다 적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작용도 남성의 30~50% 수준이다. 남성보다 술이 센 여성은 알코올 분해능력의 유전적인 차이이거나 술자리에서 긴장한 것으로 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여성의 안전한 하루 알코올 섭취량은 소주·위스키·와인 한잔, 맥주 한캔, 막걸리 한사발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과음하면 간기능이 떨어지고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겨 ‘피부꽝’이 된다. 과음한 다음날엔 진피의 탄력이 떨어져 피부가 거칠고 처져 보이며 여드름이 악화된다. ‘몸짱’도 물 건너 간다. 알코올과 안주의 높은 열량 탓이다. 음주를 즐기면 체중이 줄고 복부·엉덩이에 지방이 쌓인다. 머릿결도 푸석해지고 탄력이 사라진다. 머리카락의 영양소인 비타민·칼슘의 흡수·활용을 알코올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규칙한 생리, 생리량 증가, 생리통, 불임, 조기 폐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음은 프로게스테론(황체를 형성하고 임신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임신 초기에 과음하면 유산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이래서다.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이 음주를 즐기면 배란 뒤 다음 생리 시작까지 기간이 짧아져 임신 가능성이 낮아진다. 간도 잘 망가진다. 음주 여성의 간질환(알코올성 지방간·간경화·간염) 발생 위험은 음주 남성보다 훨씬 높고, 병의 진행 속도도 더 빠르다. 알코올성 간염으로 생명을 잃는 여성 음주자가 적지 않다. 특히 임신부 음주는 태아 알코올증후군(소두증·안면 기형· 성장, 발달 장애·심장 기형)을 유발한다. 남성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되는 데는 보통 10여 년의 음주 경력이 필요하지만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2~4년 안에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다. 이렇다면 여성에게 술 권하는 남성은 신사가 아니다. 아내나 연인에게 술 권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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