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퇴근시간 무렵인 오후 6시쯤 의정부시청 전화벨이 울렸다. 10여년째 국도3호선 우회도로 공사를 막았던 미군부대 담장을 허물겠다는 미2사단측의 전갈이었다. 미2사단은 담장철거 행사를 계획하고 시장과 기자들의 참석을 요구했다. 직원들은 명령이라도 받은듯 부랴부랴 출입기자들에게 이 내용을 긴급히 전했다.
시는 이어 30분이 지난 뒤 친절하게 미2사단측에 참석 예정자들의 신원을 통보했다. 이튿날인 23일 오전 9시30분 미2사단 캠프 레드 클라우드에서는 김문원 시장과 기자들, 미2사단과 공사 관계자 등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벤트가 열렸다.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간 뒤 기념촬영도 있었다. 행사가 끝나자 직원들은 참석하지 않은 기자들에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보도를 요청했다. 애원에 가까웠다.
24일 아침. 직원들의 노력 덕(?)에 각 신문마다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다. 김 시장과 미2사단 하긴스 사단장이 다정하게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는 큼지막한 사진도 곁들여졌다. 언론홍보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직원들의 수고는 윗분(?)들로부터 인정받았을 것이다. 내년 선거를 앞둔 김 시장은 흐뭇했을 것이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런 시각이 있을 수 있고 저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지난 93년 시작됐지만 미군부대 시설물 때문에 10년 넘게 진척되지 않았던 사업이 완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교통체증지역으로 오명을 얻고 있는 의정부로서는 기쁘고 기쁜 날이었다.
하지만 이런 측면도 생각해 보자. 철옹성 같은 미군부대의 벽을 뚫기 위해 시민들의 인내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미2사단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세월이 10년이나 됐다. 직원들은 매번 미군을 향해 성토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미2사단의 부름에 좋아라 하며 허둥대면서까지 그들의 잔치에 기꺼이 응해야 했는지는 깊게 새겨봐야 한다.
반환공여지개발사업단이 지난달 구성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언제까지 질질 끌려다니며 저들의 잔치에 줏대없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지 묻고 싶다.
/배성윤기자 syba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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