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고요한 달-유옥순

달은 바위에

입 봉한 새색시보다

더 고요히 앉아

둥긋이 말이 없다.

산비둘기

콩새도

달빛 속에 잠이 들었다.

맨살이 빚어낸

화사한 배꽃.

수줍은 신부처럼

처음사랑을 알아버렸네.

당신의 영토에

당신의 손과 발로 차 오르는 영혼

가둘수록 환한 그곳.

갈대 속으로 스며

조용히 울고 있을

죄 많은 나를 가두소서.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시집 <원추리> <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마다> / 한국문인협회·수원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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