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늦둥이

농경사회에선 대체로 신랑은 노총각인 반면에 신부는 어렸다. 가난한 형편에 혼사를 치르기가 어려워 신랑은 늦장가를 들고 가난한 형편에 식구를 덜기위해 딸은 일찍 시집을 보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나서 자녀가 너무 많은 것도 걱정이었다. 말은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덕담도 있었고, ‘제 먹을 것은 하늘에서 타고 난다’는 속담도 있었고, 특히 아들이 많은 것은 농경사회의 인력 자산이 되기도 했지만 당장은 입 하나 느는 것을 그토록 어렵게 알았다. 그땐 피임이란 것도 할 줄 몰랐고 중절수술도 할 줄 몰라 아기를 가지면 갖는대로 다 낳았다. 그러다보니 40대에 임신하면 요즘의 40대와는 달라서 늘그막에 아이를 갖는 것이 다 자란 아들 딸 보기에 민망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40대에 아이를 가져 쑥스럽기도 하고 입이 또 느는게 두렵기도 해서 간장을 사발로 마시고 초가지붕에서 일부러 굴러 떨어지곤 했다. 그런데도 모진 생명은 어머니 뱃속에서 떨어지 지 않고 태어난 것이 전 대통령 박정희다. 박 대통령의 맏형 되는 박동희 옹의 부인으로부터 그러니까 아랫 동서의 막내아들 되는 박정희 출생담을 구미 생가에서 옛날에 직접 들었던 얘기다.

아이 갖는 게 크게 걱정되지 않게 된 것은 절대빈곤이 사라진 산업사회 들어서였으나 이 무렵에는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계획이 시작됐다. 정보사회 들어서는 아예 결혼을 않는 독신이 늘고 결혼을 해도 늦게 결혼해 아이를 갖지 않거나 가져도 하나만 낳는 것이 거의 보편화됐다.

지난해 40대 여성의 출산이 5천787명으로 1982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통계청 자료가 나왔다. 출산기피 풍조로 인구가 줄어드는 걱정이 큰 판에 40대 산모가 많아진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늦게 결혼해 늦게 아이를 가져 늦둥이를 낳는 것도 행복을 추구하는 인생설계의 한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일찍 결혼해 적당히 가진 자녀를 일찍 자립하도록 키워 부부가 여생을 일찍이 여유있게 보내는 것도 행복추구의 인생설계다. 인생을 오래 산 경험에 비추어 이즈음 젊은이들에게 되도록이면 후자를 권하고 싶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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