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우리나라 묘지 면적은 998㎢로 전국토의 약 1%에 해당된다. 전국 주택·대지면적(2천177㎢)의 절반 정도다. 매년 20만기의 묘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추산하고 있지만 묘지설치 신고접수는 5천건에 불과해 불법 묘지로 인한 산림훼손이 막대한 실정이다. 산사태, 산불도 대개 묘지로 인해 발생한다.

‘수목장(樹木葬)’은 이래서 필요하다. 수목장은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와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대형 납골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자연 친화적인 새로운 장묘문화를 조성하는 장점이 있다. 수목장 개념을 최초로 고안해 낸 스위스의 우엘리 자우터는 “나무를 심고 주변에 유골을 뿌리면 나무뿌리가 친구의 재를 양분처럼 빨아들이고 소중한 내 친구는 나무가 돼 영원히 내곁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목장은 유골이 묻히고 나무가 심어지면 나무 자체가 무덤이 되기 때문에 쉽사리 나무를 베어낼 수 없다. 개발 압력이 거세져도 수목장이 된 산림은 훼손을 피할 수 있다. 나무에서 피어난 꽃과 열매는 곤충과 작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결국 죽은 자가 산을 지키는 셈이다. 사람과 산이 건강하게 교류한다. 고인의 영혼이 스며있는 나무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의 신체같다.

국내 수목장 확산에 힘쓰고 있는 고려대 변우혁(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공유림에 있는 30~40년생 나무를 이용, 수목장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1천여건, 올해 1천800여건의 장례가 수목장림에서 치러졌으며 예약된 수목장이 4만5천개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얼마 전 한국산지보전협회와 산림포럼 주최로 ‘산림내 수목장림 조성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조연환 산림청장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등이 자신들의 장례를 수목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서약서에 서명했다. 좁은 국토를 넓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자연친화적 장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목장이 좋은 방안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크게 부족한 화장(火葬)시설이다. 수목장을 치르기 위해서는 화장장(火葬場)이 반드시 필요한데 각 지역마다 화장장 건립을 반대한다. 엄숙하고 비통한 게 화장인데 화장장을 혐오시설이라 함은 잘못된 인식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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