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투기

투자(投資)는 경영이익을 위해 자본재로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투기(投機)는 기회를 엿보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행적 가수요를 말한다. 전자는 대가(對價)소득인 데 비해 후자는 불로(不勞)소득이다.

속세의 투기 개념과는 전혀 다른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또 다른 투기(投機)가 있다. 선종(禪宗)은 불경보다 이심전심의 참선 묘법으로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을 지표로 삼는 종파다. 이러한 선종은 수행자가 불도의 가르침에 요체를 이루어 (直指人心하여) 크게 깨닫는 (見性成佛하는) 경지에 이른것을 투기라고 말한다. 즉 학인(學人)의 기(機)와 사가(師家)의 기가 교법(敎法)에 의해 투합되는 심기(心氣)상태를 투기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부동산 투기가 말썽이다. 그의 처 이름으로 농지를 사면서 농업경력 15년이라고 허위사실을 적어냈다. 주말농장 상한선인 603평보다 80평이나 더 많은 683평을 주말농장을 한답시고 사놨다. 아무 연고가 없는 안산 대부도에 땅을 산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땅의 60%는 놀려 잡초만 무성하다. 2002년에 1억6천500만원을 주고 산 땅이 지금은 배 이상이나 올랐다.

그런데 “나는 부동산 투기 같은 건 안한다”고 우긴다. 그럼 불가에서 말하는 투기란 말인가, 아니다. 경영이익을 위해 자본재로 출자한 투자란 말인가, 아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행적 가수요란 말인가, 그렇다.

이 총리는 하찮은 손바닥(권력)으로 해(진실)를 가린다. 그의 입에서 “부동산 투기는 사회적 암”이란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 지 의아스럽다. 개혁정권 실세의 도덕성 수준이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유한한 권력에 심취된 그가 권력이 떨어지면 어떤 몰골이 될 것인가를 상상해 본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제가 하면 로맨스란 건가?’ 성난 추석민심의 소리다. 이 총리는 불자가 아닐지라도 불가의 투기를 생각해보는 진솔한 자아성찰이 있어야 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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