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은 서서 하는 입식타격 이종격투기다. 일본 무술인 이시이 가즈요시(石井和義)가 1993년 킥복싱·가라테·쿵푸· 권법 등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알파벳 K를 따서 만들었다. 1993년 이후 해마다 월드 그랑프리대회가 열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미, 유럽 10개국 이상에서 크고 작은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소개돼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오다가 지난 3월 ’테크노골리앗’이라는 애칭이 붙은 씨름 선수 출신 최홍만이 데뷔하면서 인기가 폭발했다. 특히 지난 23일 저녁 최홍만이 일본 오사카 돔에서 미국의 밥 샙 선수를 제압하는 순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정문의 대형스크린 앞에서 1천여 명의 응원단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K-1월드컵 그랑프리 개막전은 K-1에서 대표적인 두 거인의 대결로 오래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최홍만은 키 218㎝에 몸무게 160㎏, 밥 샙은 200㎝에 155㎏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를 앞두고 최홍만은 체력과 기술에 앞서지만 파워와 순발력에서는 뒤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벌어진 경기 양상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켜 주었다. 밥 샙은 미식축구 선수 출신답게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 왔지만 최홍만은 물러나지 않고 맞받아치는 전략으로 나갔다. 최홍만은 밥 샙의 공격에 견고한 수비로 맞서며 스트레이트와 잽으로 포인트를 쌓았다. 최홍만은 2라운드 막판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밥 샙을 몰아 붙이며 수십방의 펀치세레를 퍼부었다. 극적인 장면은 3라운드 25초에 연출됐다. 최홍만이 밥 샙의 머리를 붙잡은 뒤 특기인 강력한 ‘무릎찍기’를 성공시키고 날카로운 펀치를 연이어 던져 심판이 다운을 선언케 만들었다.
이로써 최홍만은 지난 3월 K-1 서울대회에서 우승한 이래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6전 전승을 기록, K-1에서 최정상급 선수임을 과시했다. 최홍만은 특히 11월 19일 도쿄 돔에서 K-1최강자를 가리는 월드그랑프리 2005 파이널 8강전에 진출하게 됐다. 특이한 점은 2003년, 2004년 K-1 월드그랑프리를 연속 제패한 네덜란드의 레미 본야스키가 직접 최홍만을 대전 상대로 택한 점이다. 본야스키는 “새롭게 떠오르는 최홍만 선수를 테스트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최홍만은 “챔피언을 상대로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피를 튀기는 격투기의 폭력성과 상업성이 우려스럽지만 최홍만이 본야스키를 눕혔으면 좋겠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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