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집 ‘짜장면’을 출간한 안도현 시인은 1994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언론이 보도용어를 통일한 ‘자장면’을 쓰지 않는다. 그는 “국어의 표기 문제에 시비를 걸자는 게 아니다. ‘짜’라는 된소리로 인해 우리의 기억 속에 배어 있는 그 냄새가 훨씬 그윽하게, 더욱 적극적으로 코를 자극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라고 말한다. “맞춤법에 따라 벽에다 착하게 ‘자장면’이라고 써놓은 중국집을 가도 기분이 개운치 않다”고 한다. 정호승 시인도 ‘짜장면을 먹으며’라는 詩에서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 /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 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 봐야겠다”고 노래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작장(炸醬)’의 원어는 ‘zhajiang’으로 발음되는 말로 외래어 표기법대로 적을 때 자장면으로 적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짜장면’이라고 해야 더 자연스러운 건 사실이다.
자장면은 중국 음식에서 비롯됐지만 국민적 사랑을 받는 ‘우리의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 중국식당은 2만5천80여 곳이고 하루 평균 700만 그릇이 넘는 자장면이 팔린다고 한다. 한 그릇에 3천원으로 치면 하루 210억원어치가 팔리는 셈이다. 과연 ‘우리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장면은 중국 음식이 아니라 엄연한 인천의 향토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1883년 개항하면서 상하이 등의 큰 무역상이 드나들던 인천 부두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에서처럼 붉은 춘장(醬·장)을 볶아(炸·작) 국수(麵·면) 위에 얹어 먹었다. 고기, 양파를 넣고 볶은 한국식 자장면은 ‘공화춘’에서 ‘짜장미엔·炸醬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팔았다.
‘공화춘’은 인천에 형성된 차이나타운에 1905년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중국 음식점이다. 화폐 가치가 다르지만 1960년엔 자장면 한 그릇 값이 15원, 1971년엔 110원, 1900년대 천원을 넘어섰다. 자장면은 주로 생일, 졸업, 결혼을 축하할 때 먹었지만 연인들이 데이트할 때도 즐겨 먹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자장면을 좋아하면서도 춘장이 입가에 묻는 것을 걱정해 먹기를 꺼려했다. 애환이 깃든 자장면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7일부터 9일까지 인천 북성동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축제가 열린다. 가족들과 ‘짜장면’을 먹는 것은 즐겁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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