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복원’이라는 대역사를 마무리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경부운하(京釜運河)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하겠다”고 시사했다. 한강과 낙동강의 상류를 잇는 경부운하론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1990년대 초부터 세종대 경제학·토목공학팀 등 소수의 전문가가 주창했고, 이명박 시장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1996년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제시했었다. 이 시장의 ‘포부’와 ‘계획’대로라면 경부운하는 장장 500㎞에 이른다. 이 시장은 1999년 미국 보스턴의 고가도로 철거를 보고 청계천 복원을 생각했고, 현대건설 사장 시절 독일 라인강의 운하를 보고 경부운하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1820년부터 라인강에 171㎞의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해 흑해와 북해를 이었다.
경부운하의 경우 일단 경제성이 떠오른다. 물류이동비용을 줄일 수 있고,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미래 레저산업의 기반이 된다. 내륙인 청주와 충주에 항구도 생긴다. “도심 한 가운데서 공사한 청계천 복원보다 경부운하 건설이 더 쉽다”는 게 이명박 시장의 경험론이다.
자연의 강을 그대로 잇는 일이므로 요즘 기술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란다. 운하를 건설하면 모래와 자갈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채취할 수 있는 모래와 자갈로 공사비의 약 70%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시장은 50% 정도로 본다. 독일이 라인강을 개발할 때 주식회사를 만들어 채권을 발행한 것처럼 그 방식으로 예산문제를 해결하고, 큰 댐을 만들 때는 다소 환경파괴가 우려되지만 물이 적은 곳에 작은 댐을 만들면 호수가 된다고 친환경적인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반대와 이론이 없을 리 없다. 벌써부터 일각에서 “현실성 없는 구름 같은 얘기”라고 비판한다. “김영삼 정부 때 민간에서 경부운하 주장이 나와 정부에서 검토했는 데 얘기가 안 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배가 오르내리려면 수 많은 갑문을 새로 만들고 댐을 뜯어 고쳐야 한다. 다리도 다 새로 건설해야 하고 게다가 한강과 낙동강은 식수원이어서 오염이라도 되면 큰일 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시장은 불가능할 것 같은 청계천을 복원했다. 정치적으로 비판할 게 아니라 국토 균형개발, 국민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심도있게 연구· 검토할 만한 일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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