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異說

論介(?~1592)는 임진왜란 때의 기생으로 성은 주(朱)씨, 장수(長水)사람이다. 진주병사 최경회의 애기(愛妓)였는데 진주성이 함락된 후 진주 촉석루의 술자리에서 왜장(倭將)을 껴안고 남강에 같이 떨어져 죽은 것으로 전해지는 여인이다. 의녀(義女) 또는 의기(義妓)로 추앙될 뿐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 칭송돼오는 역사 속의 인물이다.

“거룩한 분노는 / 종교보다도 깊고 / 불붙는 정열은 / 사랑보다도 강하다. /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 위에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불은 / 그 마음 흘러라. //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 높게 흔들리우며 /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 죽음을 입맞추었네! /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 위에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 그 마음 흘러라. // 흐르는 강물은 / 길이길이 푸르리니 / 그대의 꽃다운 혼 / 어이 아니 붉으랴. / 아, 강낭꽃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 위에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 그 마음 흘러라!”

시인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7~1961) 선생이 논개를 기린 詩 ‘논개’다. 1924년 발간한 시집 ‘조선의 마음’에 실려 후세에 널리 애송되는 명시다. 그런데 지난 9월 26일자 교수신문 ‘화제의 논문’란에 논개와 얽힌 일화가 과장된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한규무 광주대(한국사) 교수는 논개 일화는 한자 ‘將’을 잘못 해석한 결과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 했다. 즉 ‘왜장유이인지(倭將誘而引之)’에서 ‘장’은 통솔자인 ‘장사(將師)’가 아니라 ‘장차 ~하려하니’로 해석해야 문맥이 맞는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논개가 왜장과 살림을 차리자고 약속을 해 유혹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이런 잘못된 해독을 기반으로 해서 윤색된 것”이며 “촉석루 축하연에 논개가 참석했다는 것, 투신할 때 열손가락에 반지를 끼었다는 것, 논개가 신안 주씨였으며 진주 기생이 아니라 최경회의 소실이라는 내용 등은 나중에 덧붙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든 윤색의 과정은 뼈대 있는 가문의 뛰어난 자색이 양반의 소실이 되어 극적인 최후로 남편과 나라의 원수를 갚게 된다는 ‘열녀 이야기’의 한 정형을 형성한다는 것은 지적하기도 머쓱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의 논문 ‘조선시대 여인상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겠지만, 글쎄,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은 일이 아닌가 싶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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