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안산문화예술의전당 창작뮤지컬 ‘꼭두별초’를 보고

별망성 후손들의 뒷심 발휘

뒷심은 거셌다. 후반 30여 분의 짜임새가 앞선 서운함을 달래줄 수 있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관장 이두철)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해돋이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창작뮤지컬 ‘꼭두별초’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남겼다.

지난해 국악뮤지컬 ‘반쪽이전’을 통해 신생 공연장 답지 않은 열정을 보인 안산문예당이 또 하나의 뮤지컬을 자체 제작했다는 것은 여타 공연장과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여기에 지역의 소재를 가지고 공연장이 위치한 지리적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될 만 했다.

작품은 고려시대 몽고군의 한반도 침투 중 벌어진 안산지방 대부별초의 유격전 활동이 근거가 된다. 대부도에서 뱃길로 별망성(원포)에 침투한 대부별초의 이야기를 ‘처랑’이라는 여주인공과 ‘바우’라는 드잡이패 모가비, 삼별초 장수 ‘학주’ 등 세 인물을 중심으로 극화했다.

2시간 여 이야기가 벌어지는 동안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장면은 인터미션 후에 목격됐다. 갈등과 방황 끝에 처랑을 중심으로 드잡이패, 삼별초가 하나됐고 몽고군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 가운데 뮤지컬적 요소들은 온전히 살아 숨쉬며 막이 내려진 뒤의 힘찬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일반 연극과는 다른 뮤지컬의 특징인 음악과 무용이 가장 잘 조화됐으며 안정감이 돋보였다. 극의 전개 또한 자연스레 녹아 들었고 특히나 군무와 검무 등 역동적인 춤동작은 종합예술이라 일컬어지는 뮤지컬의 일면에 힘을 실어 주었다. 조명을 이용한 다양한 연출법도 빼놓을 수 없다. 갑작스런 암전과 인물 하나에 빛을 비추는 기법으로 긴장감을 폭발시켰고 실루엣 영상으로 이미지즘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1막에서 등장한 칼장수의 익살스런 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는가 하면 시적 표현이 주를 이룬 대사 및 노래 가사는 감성을 자극케 했고 라이브로 들려준 국악반주는 일반 뮤지컬과 다른 차별성을 제시했다.

반면 보완돼야 할 부분도 상당부분 노출시켰다.

13일 초연에서는 우선 음향이 거칠었다. 도입부에서는 에코가 많아 직접 부른 배우들의 노래가 마치 MR(뮤직 레코딩)을 틀어 놓은 듯 했고 이로인해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을 초래했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는 비약으로 인한 모호성이 아쉬움을 남겼다. 갑작스레 등장한 학주에게, 처절히 매달리는 처랑이나 친절한 설명없이 진행된 처랑에 대한 바우의 사랑 등이 그것. 극의 압축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일일이 풀어내지 않았다면 최소한 상징적 체계는 부여했어야 했다. 이 때문에 1막 대부분은 방향키를 찾지 못하고 산만함을 안겼다.

어찌됐건 안산문예당의 뮤지컬 ‘꼭두별초’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할 수 있다. 창작, 게다가 초연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훨씬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해준 작품이었다./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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