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7월 18일 수원시가 시민들의 정서생활과 자연을 살리기 위해 꿩, 다람쥐, 토끼 등 야생동물을 시가지 중심에 있는 팔달산에 방사(放飼)한 적이 있었다. 팔달산은 어느 山과도 맥이 통하지 않는 일명 탑산(塔山)이어서 야생동물들이 잘 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팔달산에는 그 야생동물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1989년 제주도의 모 신문사 창간기념 행사로 까치 53마리가 방사됐다. 제주도에 서식하지 않는 길조 까치를 들여와 기념일을 축하하고 볼거리도 만들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까치는 천적이 없는 제주 생태계를 휘저으며 무섭게 번식해 과수 작물과 전기시설에 큰 피해를 입혔고 결국 5년 만에 유해조수로 지정됐다.
수원시와 제주도의 선례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생태복원’ 명목의 야생동물 방사사업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개장한 뚝섬 서울 숲에 사슴, 고라니, 오리 등을, 남산공원 생태 연못 54곳에 개구리 두꺼비 등 양서류 1만 마리와 다람쥐 나비 유충을 방사했다. 전국 지자체가 거의 이런 식으로 야생동물들을 방사했다.
그러나 대부분 서식환경의 적합 여부, 외래성 병원체 감염 여부, 유전적 오염 가능성 조사, 방사 후 적응과정 모니터링 등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야생동물 방사·복원 지침을 무시한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금까지 지자체의 야생동물 복원 시도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외래종 꽃사슴 20마리를 방사했지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밀렵만 기승을 부리자 도로 잡아들였는가 하면, 생태공원에 방사한 토끼들도 채 1년이 안돼 모두 자취를 감췄다. 야생동물은 국내 고유종이라도 갑자기 서식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할 수 있고, 특히 외래종은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고유종과 섞여 유전적인 오염 및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분별한 동물 방사가 각종 질병을 유발해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점이다. 사스, 조류독감, 에이즈 등은 모두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된 병이다. ‘사람은 자연과 함께, 야생동물과도 함께’라는 슬로건은 좋지만 그런 역현상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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