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도립극단, 고골리의 ‘결혼’을 보고

모처럼 유쾌한 웃음 ‘선사’

풍자나 해학까지는 모를 일이지만 모처럼만에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 작품이었다.

경기도립극단이 지난 26~27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문화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고골리의 ‘결혼’을 선보였다. 이미 지난 22~23일 서울에서 막을 내린 뒤이어서 초연은 아니었으나 러시아 황금마스크상에 빛나는 발레리 포킨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선 여전히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대부분의 배우들이 착용한 롤러스케이트는 우연성을 필연적으로 획득해 희극의 묘를 더했고 2막부터 드러낸 빠른 템포의 극 전개와 몇몇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는 감칠 맛을 안겼다. ‘결혼’에서 롤러스케이트는 크게 두가지 역할을 해냈다. 미끄러지는 동선에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한 배우들의 동작은 슬랩스틱적 요소가 짙은 작품에 코믹성을 확장시켰으며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들의 부조화적 이미지를 창조하는데도 한몫 거들었다.

2막에선 주인공 빠드깔료신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는데, 그의 친구인 까취까료프가 거짓 정보를 흘려 다른 구혼자들을 물리치는 능청스런 연기와 여주인공 아가피야 찌허노브나가 보여준 앙증맞은 모습들이 조화돼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조명과 음향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적절히 구사돼 연출가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그러나 역시 작품이 초연의 연장 선상에 놓였다는 점에서 모두가 온전한 건 아니었다.

26일 펼쳐진 1막의 산만함은 최우선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면 다른 단추도 엇갈리게 되듯, 1막에서 노출된 어수선함은 극 전체의 이해도를 떨어 뜨렸다. 주인공이 결혼을 하려는 궁극적인 의도(이는 오히려 2막에서 보여준 여주인공과의 신체적 접촉이 설득력을 갖는다)나 망설임, 중매쟁이를 물리치고 친구가 결혼 ‘계략’ 전면에 나선 이유 등은 찾기가 어려웠다. 팜플릿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사전 정보를 기본적으로 습득한 관객의 눈높이에서조차 막연함으로 다가 올뿐 작품이 형상화되진 않았다.

주인공 빠드깔료씬 역을 맡은 이찬우씨 연기는 도립극단이 자랑하는 베테랑답게 첫 독백씬부터 후반까지 안정감을 줬으나 막상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 결정을 번복하고 창문으로 뛰어 내리는 장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독백씬의 특성상 대사를 작게 내뱉을 수는 있으나 객석 뒷 자리에선 아예 소리조차 알아 들을 수 없던 것. 물론 이는 공연장이 지닌 태생적 한계에 기인할 수도 있다. “중극장 정도의 규모인 서울에서의 무대(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가 훨씬 상황이 좋았다”는 극단 관계자의 말에 수긍이 가는 대목으로 연극 자체는 분명 ‘현장성’에 따라 분위기부터 의미까지 좌지우지된다는 걸 상기시켰다.

한 가지 더, 앞으로 2~3차 등 레퍼토리화하기 위해선 세심한 번역 작업이 필요하다. 러시아극의 특징 중 하나인 언어 유희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단순한 직역은 한국적 대화법과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기 때문이다. 구혼자중 한명인 쥐바낀의 “어떠한 칭찬을 늘어 놓는다고 해도 사양하겠소”란 대사는 앞뒤 정황이 어떠하든 의역의 부재에서 나온 단순한 문장 나열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