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는 아이들’의 세상이 된 느낌이다. 아이들 대다수가 그냥 말하는 법이 없다. 호칭과 부사, 끝말은 모두 욕이다. 추워도 “×발 졸라 춥고”, 좋아도 “존니 좋다”다. 친구는 무조건 “×새끼”, “개새끼”, “미친 새끼”다. 욕을 하는 아이도, 듣는 아이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욕을 안 쓰면 친구들과 이야기가 안 된다”고 할 정도다.
더구나 영화· 드라마 등 대중매체들이 욕을 가르친다. “×발, 존나’ 등은 영화의 재미를 살리는 양념으로 통한다. 욕 하는 아이들을 나무라면 “왜요, 왜요?” 되묻는다. TV나 영화에 다 나왔단다. 전날 부모와 함께 본 영화에도 나왔단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욕이 일상어처럼 난무한다. 특기적성과목을 맡은 키 작은 교사를 “존만한 ×”이라고 했다가 담임교사에게 지적을 받은 학생이 “담탱이(담임선생님)한테 걸려 캡숑(많이) 혼났지만 재미있었다”고 한다. 분식집에서 떡볶이 먹는 아이들이 “×새끼, 존니 처먹네, ×발!”, “존나 맛있다, ×발!”하며 쉴새 없이 떠든다. 주인 아줌마도 덤덤하다. “요즘 애들은 다 그렇지, 뭐”식이다.
“친구에게 욕하면 쓰냐”고 물으면 무참해진다. “왜요? 맨날 쓰는데, 재미있잖아요? 중학생 고등학생 언니들은 더 하잖아요” 한다. “멋진 욕을 배워오면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끈다”는 남학생도 있다. 인터넷 역시 욕의 주범이다. 초등학교 입학 후 또래집단을 형성한 아이들은 온라인 게임과 채팅을 통해 욕을 학습하고 실생활에 응용한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은 욕에서도 통한다. 고교생 시절 우등생이었을 대학생들이 복도에서 스스럼 없이 욕을 해대는가 하면,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부부 싸움을 할 때 나오는 욕설은 글로 옮길 수도 없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서로 해대는 욕설도 기가 막힌다. “저런 자들에게 정치를 맡긴 내가 실책이다”라는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 욕설문화를 ‘반항의 문화코드’ 운운하는 부류도 있다. ‘욕설 매체’에 대하여 학교는 힘이 없고, 가정은 무지하며, 사회는 무책임하다. 불량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여중생이 이렇게 말했다. “×발, 어른들은 존나하면서 왜 우리한테만 지랄인지 몰라. 다 (어른들한테서)배운건대, ×발”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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