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 방폐장 유치

경상북도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다. 그렇지만 흔적은 없다. 천년 사직의 수도다운 면모는 시가지 어디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반월성 성터, 안압지, 첨성대 등 유적지와 문화재만이 신라의 옛 영광을 말해준다.

삼국사기는 ‘경주엔 수만호(戶)의 인가가 있어 숯불을 태워 연기가 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옛 신라의 수도 경주 시가지는 그만큼 깨끗하고 화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그 시가지는 현재의 경주 시가지가 아니다. 현 시가지에서 불국사 가는 길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금오산이 있다. 들판에 우뚝 솟은 이 야산은 산 자체가 거대한 사찰이라 할 만큼 부처가 많은 곳이다. 불국사 가는 길에서 멀리 보이는 금오산 중간의 광활한 논이 옛 경주의 시가지였다.

이에 비하면 수원은 비록 200년이긴 하지만 옛 도시의 흔적이 뚜렷하다. 우선 화성(華城)의 성곽 등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 장안문·팔달문·창룡문·화서문 등 사대문안의 옛 모습이 드물긴 해도 확연하다. 여기에 ‘화성행궁’이 복원되고 옛 시가지 모습의 재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신라 천년 사직의 고도 경주가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고도에서 과학기술도시와 함께’라는 새로운 방향이 제시된 것은 방폐장 유치가 확정되고 나서다. 지난번 주민투표에서 70.8%의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찬성이 89.5%에 이른 압도적인 지지율로 세 곳의 경합지역을 따돌리고 방폐장 유치에 성공했다. 이로써 특별지원금 3천억원을 비롯한 갖가지 정부의 지원이 있게 됐다. 한국원자력 본사도 이전된다. 고용인력이 1만명 가량 창출되고 매출액이 5조5천억원이나 신장된다.

방폐장은 옹진군 굴업도에 유치됐다가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취소되고,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시위로 유혈 사태를 빚기도 했다. 경주의 방폐장 유치는 19년만의 일이다. 방폐장 사업이 더이상 표류하지 않고 제대로 잘 되기를 기대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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