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시대의 유통 화폐는 금화와 은화였다. 당시 금화·은화 제조방법은 액면과와 똑 같은 무게의 금과 은을 섞었다. 액면가가 1만원인 금화에는 1만원어치 금을, 100원어치 은화에는 100원어치 은을 넣었다. 그러나 로마가 쇠퇴의 길로 접아들면서 1만원짜리 금화에 1만원보다 적은 양의 금이 섞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당연히 돈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되고 돈을 통한 상거래를 거부하여 경제가 한때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주화 중 10원짜리 동전을 1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액면가의 3배가 넘는다. 비싼 이유는 10원짜리 동전을 구성하는 구리와 아연 가격의 폭등이다. 금화와 은화가 각각 금과 은으로 만들어지 듯 10원짜리는 65% 구리와 35% 아연 합금으로 제작된다. 더구나 최근 구리 값이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올랐다. 9월 말 현재 t당 3천974 달러를 기록했다. 2003년 말의 t당 2천318 달러보다 71.4%나 급등한 것이다. 구리와 아연 가격 폭등으로 10원짜리 동전의 원재료 가격만 현재 15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원재료를 가공한 제작 비용과 유통 비용 등을 합치면 총비용이 30원을 넘는다. 올 상반기 10원짜리 동전을 제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60억 4천800만원으로 지난해 한해 동안의 제조비용인 51억 1천700만원을 이미 9억3천100만원 초과했다.
연도별 제조량도 2002년 1억개, 2003년 1억2천800만개, 2004년 1억3천500만개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 제조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연간 제조량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0원짜리 동전 제조 비용이 증가한 것은 10원 단위의 결제 관행 탓도 있다. 또 10원짜리 동전 사용을 꺼리거나 소중히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850원 하는 시내버스 승차 요금을 낼 때 10원짜리 동전을 섞어 돈통에 넣으면 노골적으로 싫어하거나 핀잔을 주는 운전사들을 여러 명 봤다. 물론 10원짜리 동전을 낸 승객도 “10원짜리 동전은 돈이 아니냐?”고 맞고함을 지른다. 결제를 50원 또는 100원 단위로 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면서 집이나 사무실 서랍에 있는 10원짜리 동전들을 모두 쓰면 훨씬 절감될 게 분명하다. 1원짜리와 5원짜리 동전을 본 지도 꽤 오래됐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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