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月映樓에서-김 선 화

새벽 녘

갈증처럼 와 안기던

새초롬한 그믐 달

안동 땅 월영교에 서니

만월로 뜬다.

어느 남정네*의 무덤에서

여인의 ‘머리카락미투리’가 나왔다지.

그 이야기가 다리에 붙어 다녀

사람들을 부른다지.

올올이 탐스런 여인의 머릿결이

이루어지는 사랑노래로

분수처럼 흩어진다지.

탈골된 남편 곁에서

흙을 데우던 따스한 기운

400년 후 서슬 퍼렇게 살아나

낙동강 가로지르는 교각 떠받친다.

이쪽과 저쪽 이어주는 기개로

달을 밀어 올린다.

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 행여 못 미칠세라

마음의 머릿결 뽑아 미투리를 삼는다.

촘촘하게 직조하여 그리는 이 댓돌 위에

살포시 놓아본다.

달빛은 가슴에 차고

발아래 강물 흐르는데

월영교 위 누각에는

고이느니 바람소리 뿐

그 신발 / 신고 오실 이

저 너머 / 햇살이어라.

*이응태

<시인 약력> 충남 신도안 출생 / ‘월간문학’으로 등단 / 제1회 한하운문학상 수필 대상 / 국제펜클럽·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 시집 ‘눈뜨고 꿈을 꾸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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