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에 3만여 명, 유럽에 2만여 명 등 모두 5만여 명의 첨단산업분야 인재들을 보내어 공부시키고 있다. 이들이 권위있는 현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은 물론이다. 학위를 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우수 기관이나 업체에서 다년간 실무를 경험케 한다. 벌써 십 수년 전부터 이렇게 해온 이들 인재 중 일부가 중국에 돌아가 일을 하고 있다. 첨단 분야별로 집단화된 이들은 정부로부터 최고 대우를 받으면서 오직 연구에만 몰두한다. 사례를 들면 두 번에 걸친 유인유주선 발사가 이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이에 비해 국내 실정은 사정이 다르다. 외국으로 공부갔던 고급 두뇌가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 일자리도 마땅치 않고 대우 또한 시원찮기 때문이다. 국내에 있는 고급 두뇌도 기회만 있으면 외국으로 나가려고 한다. 2003~2004년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7천290명으로 2000~2001년의 5천830명보다 무려 25%나 증가했다. 귀국을 기피하고 있는 이같은 심각한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만이 아니다. 정보기술(IT)등 첨단산업 분야의 국내 두뇌 유출이 크게 우려된다. 연구개발(R&D)인력에 대한 외국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가 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이 국내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를 두어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공략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최근 반도체 5개사가 차세대 반도체공장을 공동으로 세우기로 했다. 히타치제작소·도시바·NEC일렉트로닉스·마쓰시타전기·르네사스테크놀리지 등이 2천억엔(약 2조원)을 투입, 내년에 합작 반도체공장 건립에 나서 2007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일본 반도체의 부활을 위한 야심찬 공동 포석인 것이다. 세계 반도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외국에서는 이처럼 차세대 첨단산업을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너무도 태평스럽다. 고급 두뇌를 보호할 줄도 모르고 첨단산업을 아낄줄도 모른다.
정치판의 치사한 얘기들이 현 세대는 물론이고 후 세대를 먹여살리는 삶의 자원이 될 수는 없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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