所信

열린우리당 조일현 의원은 지역구가 농촌인 강원 홍천-횡성이다. 재선인 조 의원은 14대 국회 때 농림해양수산위 간사를 맡았고, 17대 국회에서도 농해수위 간사다. 조 의원의 지역구는 공무원과 자영업자를 빼면 거의 전부가 농민이다. 선거 때 농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조일현 의원이 ‘쌀협상 비준안’이 통과되던 날 찬성표를 던졌다. 뿐만 아니라 찬반토론 때 혼자 나서 찬성 발언을 했다. 보도된대로 조 의원은 “쌀협상이 잘못됐으니 재협상하라고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쌀 관세유예 10년 연장 협상 결과는 최고는 아니지만 안 받는 것 보다 낫다. (민노당)강기갑 의원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뒤에 처리하자고 하는데, 미뤄서 국민에게 득이 된다면 왜 안 하겠나. 지금 비준을 안 하고 DDA 협상에 임한다면 우리 입장은 더 불리해진다. 대한민국의 쌀 한 가마 값이면 중국·미국 쌀은 4~5 가마를, 태국 쌀은 6~7 가마를 살 수 있다. 일반 관세화가 되면 최대 10가마까지도 들여 올 수 있다. 그러면 우리 농촌이 살아 남을 수가 없다. 밀려서 개방하면 (그 피해는)농민이 먼저 받는다. 농민들이 10년이라는 시간을 벌고, 그 기간 동안 경쟁 농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한국의 농업 시장이 개방화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쌀값 하락 등 농민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쌀 협상 비준안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면 난관을 극복할 길이 없지는 않다.

알려지기로 조일현 의원은 쌀 비준안 통과를 주장하다 농민단체들로부터 여러번 봉변을 당했다. 고향집과 지역구에 ‘매국노’ ‘역적’ ‘의원직 사퇴하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조 의원 역시 “농사꾼의 자식”이다. 조 의원은 “지금까지 여섯 번 출마해 네 번 떨어지고 두 번 당선됐는데 이번 일로 다음에 낙선한다 해도 후회는 없다”고 토로했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나머지 정책 결정이나 법령 제정 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의원들이 많은 정치판에 조일현 의원은 소신이 뚜렷해 믿음직스럽다. 정치철학이 확실한 의원들이 국회를 계속 지켜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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